세종시에서 실전 주행한 자율주행 버스…승하차도 '거뜬'

부분 운전자 필요한 레벨3…도로 통제 없이 일반차량과 함께 주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고 내릴 곳을 미리 지정해 놓으면 자율주행 버스가 와서 그대로 태워준다.IT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게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이는 자율차 테스트베드로 선정돼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세종시에서는 머잖은 미래인 2021년에는 현실이 된다.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은 지난 29일 국토부와 세종시가 공동 주관한 자율주행 버스 시험 운행에 참가해 다음달부터 실증 운행을 시작하는 자율주행 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국토부와 세종시는 다음달부터 일반 승객을 태우지는 않지만 자율주행 버스의 실증 운행을 시작하고, 2021년에는 주행 노선을 확대하면서 일반 승객도 유치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단이 탄 버스는 15인승 미니버스였다.

미래 자율주행 마을버스인 셈이다.이 버스는 총 370억원이 투입된 '자율주행기반 대중교통시스템 실증 연구'를 통해 한국교통연구원과 SK텔레콤, 서울대, 현대차 등이 공동 개발했다.

이 차량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레벨 3는 양호한 날씨와 적절한 교통량이 유지되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일부 구간이나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필요한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다.차량은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출발해 4.0㎞ 구간을 시속 40㎞ 속도로 이동했다.

차량이 차선을 바꾸고 회전하거나 가속·감속할 때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별로 없었다.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는 행사 관계자가 차량이 달리는 와중에 두 손으로 머리 모양을 다듬는 모습을 볼 때 자율주행 차량에 탔다는 사실이 실감 날 정도였다.
하지만 교차로나 건널목 구간 앞에서 정차할 때 가끔 급정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 차량에서도 흔히 감지되는 수준이었다.

이날 주행은 다른 차량 통행을 완전히 통제하고 이뤄진 앞선 기존의 자율차 운행과 달리 일반 차량과 섞여 운행하는 실전 운행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바로 옆 차선에서 다른 차량이 달리는 와중에도 자율주행 버스는 안정적으로 노선을 따라 이동했다.

차선을 바꿀 때면 후방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선을 옮겨타기도 했다.

그러다 버스는 갑자기 길가에 정차했다.

버스 이용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탑승을 예약한 자리였다.

탑승자로 분장한 연구원이 버스에 올라서며 스마트폰을 취재진에 내밀어 보여줬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곳에서 탑승하겠다고 신청하면 자율주행 버스가 멈춰서 승객을 태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버스는 공식 정류장에 들리는 것은 물론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해선 그들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정차한다.

동행한 한국교통연구원 강경표 박사는 "이 버스는 마을버스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용자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정거장별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운행하면서 노약자 등 교통약자에 대해선 기존 정거장 외에 당사자가 원하는 장소에서도 승하차 서비스를 해준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정규 서비스화하려면 여객운수법 등 법령을 고쳐야 한다.

버스는 회전교차로와 학교 인근 스쿨존 등지를 지날 때는 수동으로 전환됐다.

회전교차로에선 일반 운전자들이 교차로 운행 규칙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고지식한' 자율주행 버스가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쿨존이나 노약자보호지역 등지에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동으로 전환된다.

자동에서 수동으로, 다시 자동으로 전환되는 과정도 물 흐르듯 이어졌다.

운전자가 그냥 운전대를 잡으면 그만이었다.

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다시 갓길에 정차했다.

앞서 탑승했던 승객이 지정한 하차 지점이었다.

이 차량은 단순한 자율주행이 아니라 주변 교통 신호 정보 등을 수신해 운행에 활용하는 자율협력주행 차량이다.

강 박사는 "차량에 설치된 센서뿐만 아니라 주변 신호등 신호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운행에 활용하고 있다"며 "교차로 좌회전 등을 할 때도 좌회전 신호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리 계산해서 안전한 상황에서만 좌회전 주행한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다음달부터 2대가 주 2∼3회 9.8㎞ 구간에서 실증 운행을 시작하고, 2021년에는 35.6㎞ 구간에서 레벨 4 수준의 차량 8대가 주 20회 시민을 태우고 운행한다.레벨 4는 차량이 웬만한 환경에선 스스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단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