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써봤더니…"은행 앱, 하나만 남기고 지워도 되겠네"

10개 은행 시범서비스 시작…한곳서 모든 은행 계좌 조회·이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체하는 '오픈뱅킹(Open Banking)' 시범 서비스가 30일 문을 열었다.금융권에서는 몇 달 전부터 화두였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상상이 잘되지 않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픈뱅킹이라는 '어려운' 이름과 달리 쉽고, 간단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대체적 첫 반응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오전 9시를 조금 넘겨 신한은행의 앱 '쏠(SOL)'에 들어가 봤다.전날 사전 이벤트를 통해 미리 서비스 이용을 예약했던 터라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 계좌 5개가 등록돼 있었다.

적금, 대출, 공과금 납부, 카드 대금 결제, 모임 회비 등 용도가 달라 여러 곳에 분산해놓은 것들이었다.

조회 항목으로 들어가면 신한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 계좌도 볼 수 있다.굳이 카카오뱅크 앱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신한은행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의 잔고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에 있는 자금을 하나은행으로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자산 관리도 쉬워졌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자동차, 현금영수증 등의 자산을 연결해 쏠 앱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신한지주 계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지주 계열사의 금융사에 등록된 자산을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쉽게 모을 수 있다.

카드 결제 예정액, 보험의 경우 해지환급금액까지 안내가 가능하다.

시기에 맞춰 여기저기 넘나들며 각지에 흩어져있는 돈을 확인하거나 옮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마트폰의 용량을 차지해가며 은행 앱 여러 개를 깔아둘 필요가 없으니, 이 중 가장 간편한 앱 하나만 남기고 지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들이 시행 초기부터 각종 경품 이벤트 등을 열어가며 고객 지키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렇게 오픈뱅킹은 말 그대로 은행 계좌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경남·부산·제주·전북은행 등 10개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이체와 거래내역 조회 기능이 가능하지만, 은행에 따라 자산관리나 대출처럼 보다 복잡한 서비스도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나머지 8개 은행도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 138곳은 12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년부터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용 시간은 사실상 24시간, 365일 가능하다.

시스템 정비 시간인 하루 10분을 제외하고 오전 0시 5분부터 오후 11시 55분까지 쓸 수 있다.

다만 모바일뱅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보니 모바일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당장 오픈뱅킹 체험은 물론, 향후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말끔하지는 않다.

민감한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았는데, 해킹이나 보안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금융당국도 이를 고려해 보안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 방안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