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개모차 빌려쓰세요"…펫 시장 '렌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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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장 뛰어든 렌털업체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서수현 씨는 얼마 전 ‘개모차(개 유모차)’가 급하게 필요했다. 서씨는 50만원짜리 프리미엄 ‘피콜로카네 탄토2’ 펫 유모차를 롯데렌탈 ‘묘미’에서 2만원대에 단기 렌털했다. 그는 “사자니 경제적 부담이 커서 며칠만 빌려 쓴 뒤 반납했다”고 말했다.
에어샤워기·급식기·카시트 등
펫 전용 고가용품 렌털 급성장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렌털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외출용품이나 관리제품 등은 대부분 고가여서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일단 빌려준 뒤 추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렌털 회사들은 이 틈새시장을 적극 파고들기 시작했다. 저출산 여파로 키즈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펫 렌털산업이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 선보여
쿠쿠전자는 최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케이펫페어’에 참가해 ‘펫 에어샤워 앤 드라이룸’(사진)과 ‘펫 전용 공기청정기’ 등 반려동물 렌털 용품을 선보였다.
에어샤워는 매일 목욕시키기 어려운 애완동물의 털에 붙은 오염물질을 센 바람으로 제거하는 제품이다. 팬 두 개가 강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30분 만에 털을 말끔히 말린다. 수의사와 훈련사가 개발에 참여해 아로마테라피 기능, 적응 훈련 모드 등 세심한 기능을 탑재했다. 판매가는 90만원에 가깝지만 렌털하면 월 2만원 대에 불과해 매달 판매량이 20%씩 증가할 만큼 인기다. 펫 전용 공기청정기는 집 안에 굴러다니는 반려동물의 털과 먼지를 빨아들이는 데 특화된 제품으로 최근 출시됐다.밥솥으로 잘 알려진 쿠쿠는 2010년 생활가전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고 렌털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얼마 전 제품군을 반려동물까지 넓혔다.
구본학 대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가족의 개념을 애완동물로 확대했다”며 “기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펫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펫 시장에 구독경제 접목펫 렌털 분야에서 앞서가는 건 렌터카 1위 회사인 롯데렌탈이다. 롯데렌탈은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해 2016년 국내 첫 소비재 렌털 플랫폼인 묘미를 선보인 뒤 반려동물 카테고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대용량 사료를 공급하는 급식기, 센서 감지를 통한 자동 청소 기능이 탑재된 고양이 화장실, 이동장, 카시트, 스파기기 등이 인기다.
대여 기간을 7일부터 36개월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상품이 마음에 들면 ‘써보고 구매’, 분납금을 납부한 뒤 소유권이 이전되는 ‘인수형 장기렌털’ 등 단순 대여를 넘어 다양한 제품 패키지를 갖췄다. 서비스 기간에 사후관리(AS)는 무료다. 반려동물 렌털 서비스 이용자의 65%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하는 등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게 롯데렌털의 평가다. 피부가 예민한 애완동물이 많은 점에 착안해 항균·세척 서비스, 친환경 유기농 세제 사용 등 위생에 신경을 쓴다. 주문한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을 찍어 영상으로 보여주자 ‘안심하고 빌린다’는 댓글이 달렸다.펫 렌털시장의 잠재력이 증명되면서 다양한 제품군 및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영 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은 “펫 용품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이 많은데 경쟁력 있는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며 “월정액을 내면 사료 등을 배달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