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에 환호한 월街…"매파적 인하 우려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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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이 30일(현지시간) 오후 2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또 예상대로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월가가 원하지 않던 시나리오인 ‘매파적 인하’였습니다.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온 뒤 한참이나 직전과 비슷한 0.1% 가량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더 내려가지 않은 건 통화정책 성명서에 대신 들어간 ‘향후 연방기금금리의 적절한 경로를 찾겠다’는 문구 덕분이었습니다. 금리 인하의 문은 약간 닫았지만 완전히 닫은 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장에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의 회견이 진행되자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전환하더니 상승폭이 조금씩 커졌습니다.파월 발언의 핵심은 세가지였습니다.
①금리는 당분간 관망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이 현재 좋은 위치에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작년부터 통화정책을 매우 큰 폭으로 조정했다. 시간을 두고 효과를 봐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②경기 악화되면 금리 인하 가능
CNBC 기자가 “‘향후 연방기금금리의 적절한 경로를 찾겠다’의 뜻은 금리가 향후 양방향으로 모두 열려있다는 뜻 같은데, 파월 의장의 ‘현재 통화정책이 적정하다’라는 말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물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에 “경제 정보가 우리 경기 전망(완만한 성장)과 광범위하게 일치하는 한 현재 통화정책이 적절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만약 상황 변화가 경제 전망에 실질적 재평가를 유발한다면 그에 따라 다시 적정한 통화정책을 찾겠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인하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③금리 인상에는 확실히 선그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인 90년대 보험성 금리 인하와 관련, “그린스펀은 보험성 인하를 한 뒤 상당한 빠른 시일에 금리를 다시 올렸다. 경기가 살아나거나 (무역전쟁 등) 위험이 없어지면 금리를 되돌려 인상할 것 인가”라고 질문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에 “지금은 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거나 크게 상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 인플레이션은 거의 위험을 찾을 수가 없다. 금리 인상은 매우 큰 폭의 인플레가 지속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선을 명확히 그은 겁니다. 직후 시장 상승폭은 커졌습니다. S&P 500 지수는 결국 9.88포인트(0.33%) 오른 3046.77로 마감돼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월가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호평하고 있습니다. 매파적 인하에 대한 우려를 여러 설명으로 덜어줬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가 지난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약간 높였던 것 같다. 그래서 중간사이클 조정을 통해 낮췄다. 이제 좋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게 실질적으로 확인되면 언제든 다시 내린다. 다만 경기가 잠시 과열된다해도 인상은 하지 않겠다’ 정도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성명서 문구는 바꿨지만 여전히 경기 지표가 나빠지면 금리는 내릴 것이고, 브렉시트나 무역전쟁 등 위험이 줄어든다해도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은 없다. 인플레 걱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로 시장 예상(1.6%)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GM의 6주간에 걸친 파업, 보잉의 737맥스 사태 지속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분기 2.0%와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겁니다. 이는 미국의 소비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뜻이고, 그동안의 시장의 침체 우려가 지나쳤다는 뜻입니다.
장 마감 뒤 나온 애플의 3분기 실적도 괜찮았습니다. 아이폰 판매 실적은 전년동기보다 9% 감소했지만 아이폰 매출은 333억달러로 예상 324억달러보다 많았습니다.총 매출도 640억달러로 예상 629억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애플이 집중 육성중인 서비스 매출이 예상(121억달러)보다 많은 125억달러로 나오는 등 아이폰을 제외한 모든 판매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애플은 연말 쇼핑철이 포함된 다음 분기에 전년동기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무역전쟁 탓에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급락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팀 쿡 CEO는 “다음 분기 전망을 매우 낙관한다”면서 2017년 기록한 분기 매출 기록인 883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제 금리 인하는 일단락되면서 이제 Fed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관심에서 멀어질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현재 내년 상반기까지 향후 8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1.50~1.75%에서 동결될 가능성을 45%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심은 경기와 실적에 집중적으로 쏠리겠지요.현재 경기 지표와 기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둔화는 되고 있지만 급격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월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잦아들면 실적과 경기가 다시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