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준법 리스크는 무조건 최소화해야

필자가 처음 운전을 배운 1978년엔 자동기어 차가 없고 클러치 페달을 밟고 기어를 바꾸는 소위 ‘스틱(매뉴얼)’ 차가 전부였다. 클러치 페달을 충분히 밟지 않고 기어 변속을 하면 여지없이 시동이 꺼진다. 이렇게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언덕길에서 신호에 걸려 서 있기라도 하면 시동이 꺼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다.

스틱 차 운전석 밑엔 페달이 세 개다. 왼쪽에 클러치, 오른쪽에 액셀러레이터, 가운데에 브레이크 페달이 있다. 브레이크는 위험 상황에서 차를 멈추게 한다. 클러치는 차가 떠날 때, 가속할 때, 후진할 때 등 상황에 따라 기어를 바꿔야 할 때 쓰인다. 신나게 달리고 싶으면 액셀 페달을 밟고 가속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맞춰 비용 발생과 생산 일자, 납기 일자, 수금 상황 등을 예상하면서 사업을 하게 된다. 가능한 한 예상에서 어긋나는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애쓰는데, 그때그때 클러치를 밟고 기어 변속을 하는 운전과 다르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 사고를 예방하고 손실을 줄이는 브레이크 사용이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하다. 조직의 수용 능력을 웃도는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하기)은 금물이며, 투기성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는 스톱 로스(stop loss·손절매)도 필요하다.사업 환경이 우호적일 땐 과감하게 액셀을 밟아야 하기도 한다. 고속 행진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리스크 테이킹이 분명 필요할 때다. 면밀하게 투자안을 검토 분석한 뒤 투자를 실행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기회를 살려야 함은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에서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무면허 운전과 무보험 운전은 절대 불가하고, 주행하는 자동차의 등록은 필수다. 현행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함은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의 기본으로, 준법 리스크는 무조건 최소화해야 마땅하다.

사업 리스크, 운영 리스크, 전략적 리스크, 준법 리스크 등 비즈니스가 당면하는 리스크들은 다양하다. 공장 화재 처럼 부정적 결과만 가져오는 리스크가 있고, 결과가 재정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진 리스크도 있다. 환(換)변동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이런 다양한 리스크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 성장을 위협하는 리스크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해 지속 성장하는 대한민국 비즈니스의 밝은 앞날을 모색해야 하겠다.‘(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If you fail to prepare, you prepare to fail). ’ 평안할 때 위기에 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때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