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이 무슨 기준으로 기자들을 쫓아냅니까"

현장에서

'오보 쓰면 출입제한' 논란에
'檢 재량사항' 한발 뺀 법무부
'언론의 檢 견제' 순기능 해쳐

박종서 지식사회부 기자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명백하게 실재하는 경우를 검찰이 무슨 수로 파악해서 기자들을 검찰청 밖으로 내몬답니까.”

법무부가 12월부터 시행하겠다며 내놓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해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가 내놓은 촌평이다. 그는 “검찰은 죄를 묻는 기관이지 단죄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면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면 될 일이지 스스로 나설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공연히 쓸데없는 일로 분란을 자초했다는 얘기다.지난 30일 법무부는 내사 사실을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며, 공개소환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보를 낸 기자들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출입제한 조치가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명백하게 실제로 존재해야 하고, 각급 검찰청 검사장의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고 물러섰다. 하지만 오보를 통제하겠다는 뜻은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대한 오보의 기준을 검찰청과 출입기자단이 자율적 협의를 통해 마련하겠다며 언론이 스스로에 족쇄를 채우도록 하려는 꼼수마저 부리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한 규정의 문제는 오보 대응뿐만이 아니다. 전문공보관이 아니라면 기자가 검사나 수사관을 일절 만날 수 없게 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관련된 사건일 경우에는 민간위원이 과반수인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공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높다.

대검찰청에서 일했던 검사조차 “정부 조직에서 위원회라는 게 뻔하지 않느냐”며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거수기’처럼 앉혀 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부고발자가 사라진다는 의미다.언론은 여러 비판을 받지만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이 그나마 국민의 눈치를 보게 하는 순기능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검찰은 보도자료 이외의 정보를 주지 않는다.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드러낼 필요도, 드러낼 사람도 없어진다. ‘검찰 천국’을 만들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검사는 벌써 신이 났다. 어느 검사는 기자에게 “기자들이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앞으로 살 만하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