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신산업·노동개혁 강조…취임 1년 앞두고 존재감 키우나

車 호출업체 '타다' 기소 논란
"신산업 창출 불씨 줄까 우려"
"향후 정책기조 바뀌나" 분석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연일 규제 개혁과 신산업 육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 없지 않다”며 실책을 인정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정통 관료’의 무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31일 페이스북에 ‘고용창출 보고(寶庫), 서비스산업·신산업 활성화 시급’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검찰이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타다’를 기소한 데 대해 “여타 분야 신산업 창출의 불씨가 줄어들까봐 우려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미래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선도산업을 찾는 게 시급하다”며 “다음 세대를 위한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의 보물창고는 단연 서비스산업”이라고 강조했다.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프랑스는 지난 2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8.5%)을 기록했고 경제성장률에서도 독일을 추월했다”며 “프랑스는 노동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연금·교육 등으로 개혁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랑스의 개혁은 그동안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과감히 바꿔보겠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며 “우리도 더 이상 구조개혁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금기어’로 분류되는 노동개혁을 콕 집어 얘기했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 “향후 정책기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등의 해석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2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을 꼽아 주목받았다.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에 부담을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글로벌 경기 둔화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일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 없지 않다.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홍 부총리가 1년(작년 12월 취임) 가까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 ‘아마추어’(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보다는 ‘프로 관료’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홍 부총리에게 더 많은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