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평온의 집' 찾은 사람들…서로를 보듬으며 상처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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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으로 이름난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이곳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사람이 모여든다. 열흘간 명상과 수련을 통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 김소정 옮김
마시멜로 / 600쪽 / 1만5800원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나갔지만 지금은 한물간 중년의 로맨스 소설가 프랜시스 웰티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뒤 평온의 집 후기를 읽어본다. ‘좋은 음식과 온천에 직원들까지 만족스러워 믿을 수 없이 근사한 경험을 했다’ ‘별 다섯 개로도 부족하다’는 후기가 있는 반면 ‘그토록 끔찍한 경험은 난생 처음’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는 후기도 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평온의 집에 들어선 프랜시스는 겉보기엔 이런 휴양지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 여덟 명이 왜 이곳을 찾아왔는지 의문을 품는다.<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리안 모리아티(사진)의 신작 장편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이처럼 의문투성이인 공간에 모인 아홉 명의 이야기다. 소설은 얼마 전 탈고한 소설의 출판을 거절당한 50대 돌싱녀 프랜시스와 성형 중독자 제니퍼, 부의 상징인 람보르기니를 타고 왔지만 어딘가 상담이 필요해 보이는 벤 부부, 3년 전 고교생 아들의 자살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폴레옹 가족, 바람난 남편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가정주부 카멜 등 평온의 집에 모인 아홉 명의 시각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혼, 사별, 배신, 퇴직 등 삶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낸다. 소설은 갖가지 아픔을 지닌 인물들의 사연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완전히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묶어두고 이들이 제각각 어떤 반응과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재미를 준다. 겉으론 매혹적인 모습이지만 어둠을 감추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평온의 집 원장 마샤의 눈을 통해서다.‘과연 평온의 집 프로그램에 몰두해야 할까. 아니면 하루빨리 도망쳐야 할까.’ 열흘 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거라는 광고와는 달리 아홉 명 모두는 속으로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엔 각자 낯설게 바라봤지만 차츰 감춰진 비밀들과 서로의 아픔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예상 밖의 방식으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다. 저자는 예상치 못한 복선과 반전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제한된 배경, 쫄깃한 긴장감으로 ‘특정 장르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어둡고도 재미있는 소설’ ‘웃음과 스릴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섬세한 서스펜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배우 니콜 키드먼이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 이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동명의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돼 2020년 방영될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