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남부 샌버너디노서 또 대형산불…1천300명 대피

캘리포니아 전역서 11건 대형산불 '진행중'…일부는 진화에 진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곳곳이 대형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31일 새벽(현지시간) 남부 샌버너디노에서 또 다른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힐사이드 파이어'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자정을 넘긴 시각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쪽으로 약 90㎞ 떨어진 샌버너디노 위쪽 산림 지대에서 발생했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200에이커(약 0.8㎢)를 태웠다.

산에서 시작한 불이 주택가로 번지면서 주민들은 한밤중에 긴급대피 명령을 받고 잠에서 깨 서둘러 대피했다. 490가구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이로 인해 1천300여 명이 대피에 나섰을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산했다.

이미 주택 몇 채가 소실됐고 다른 집들도 불길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샌버너디노 카운티 소방국 관계자는 현재 수백 명의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동이 트는 대로 화재 진화 항공기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곳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너디노에서 불과 수 마일 떨어진 곳으로 이 학교는 마침 화재 예방을 위해 이날 새벽 단전을 하면서 휴교에 들어갔다.

CNN은 강풍 때문에 불이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힐사이드 파이어로부터 남서쪽에 있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후루파 밸리에서도 이날 오전 또 다른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주택 3채가 파괴됐고 역시 긴급대피 명령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국립기상청(NWS)은 바람이나 습도 등의 조건이 산불 발생에 최적이라는 적색 경보를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 곳곳에 내렸다.

이 영향권에 드는 주민은 1천700만 명이 넘는다.

28일 시작한 LA 서쪽의 '게티 파이어'는 40% 가까이 진화가 이뤄지고 일부 대피 명령도 취소됐지만 여전히 주택 7천여 채를 위협하고 있다고 LA 소방국은 밝혔다.

또 30일 시미 밸리에서 발생한 '이지 파이어'도 진화율이 5%에 머무는 가운데 최소 시속 120㎞에 달하는 허리케인급 강풍이 인근에 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지 파이어는 벤추라 카운티 내 1천600에이커(약 6.5㎢)의 면적을 태웠고 주택 6천500여 채도 화재의 위협에 놓여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또 시미 밸리 일대 주민 약 3만 명에게 강제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간 상태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도 3명 다쳤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도 대피 명령이 내려진 곳 중 하나지만 다행히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부터 이지 파이어 진화를 위한 보조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력회사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은 이지 파이어가 이 회사의 지중 송전선 인근에서 시작됐다고 주에 보고했다.

SCE는 "화재와 관련한 주변 환경을 조사 중이며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점에 대한 모든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날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자사의 전력설비가 3개 산불에 관련됐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주에 제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산불로 가장 규모가 큰 소노마 카운티의 '킨케이드 파이어'는 피해 면적이 약 7만6천800에이커(약 311㎢)로 확대되면서 단독주택 130채를 포함해 건물 260여 채를 불태웠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51.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행히 이날 오전 진화율이 60%까지 올라가며 불길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대피 명령이 내려졌던 18만6천 명 가운데 약 2천400명이 귀가했다.

그러나 PG&E가 산불 예방을 위한 강제단전을 시행 중이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전기가 없는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캘파이어)에 따르면 현재 이 주에서는 11개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