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할퀸 지 한 달…영덕·울진주민 "곧 겨울인데…"

길에 쌓인 토사 치웠지만, 개인 주택 복구는 진행 중
"이제 곧 겨울인데 아직 안방에도 못 들어가고 거실에서 자고 있습니다. 어서 복구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
10월 31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에서 만난 임기열(66)씨는 눅눅한 상태인 안방을 보여주며 이같이 토로했다.

임씨 집을 비롯해 망양2리는 10월 2일과 3일 사이에 지나간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봤다.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에 흙과 돌이 쌓이면서 하천 주변에 자리 잡은 집으로 물이 넘쳤다.

이 마을 대부분 집이 물에 잠기면서 가전제품은 못 쓰게 됐고 가재도구는 물에 떠내려갔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마을 전체에 흙과 돌이 쌓여 처음엔 사람이 드나들기조차 어려웠다. 울진군과 자원봉사단체, 육군 50사단 등이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길과 집에 쌓인 흙과 돌을 치웠다.

임씨는 "마을 길과 집 주변 흙 치우는 데에만 15일 걸렸다"고 밝혔다.

눈으로 보이는 곳에는 토사를 걷어냈다고 하지만 다리 아래에는 쌓인 토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큰비가 오면 이곳은 다시 범람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

개인 집도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무너진 담과 허물어진 창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씨는 무너진 보일러실 벽과 집안 벽을 수리하느라 거실과 부엌만 이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그동안 식료품 외에는 별로 지원받은 것이 없다"며 "복구도 전부 개인 돈으로 하고 있는데 복구비가 얼마나 지원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도 겉보기에는 안정을 되찾은 듯했지만, 복구가 덜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도 태풍 때 산 위에서 흙과 돌이 쏟아져 마을 길과 집 마당을 뒤덮어 큰 피해를 봤다.

경차 한 대는 세워둔 곳에서 20여m 아래로 떠내려간 뒤 흙과 돌 속에 파묻혔고 곳곳에서 집 담이 무너졌으며 밭 위로 흙과 돌이 30㎝ 이상 쌓였다.

태풍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다 되면서 마을 길을 덮은 흙과 돌은 모두 빼냈다.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쓰레기를 비롯해 매몰된 경차도 모두 치웠다.

그러나 마을 아래쪽 논에는 여전히 토사가 쌓여 있었고 무너진 다리와 길은 복구 손길이 닿지 않았다.

마당이 돌과 흙으로 메워진 한 집은 토사를 긁어냈지만, 텅 비어 있었다.

한 주민은 "태풍 난 뒤에 집주인이 이사했다"고 전했다.

김옥희(63)씨는 겨울이 오기 전에 태풍 때 부서진 창틀 수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바빴다.

그는 "밭에 흙도 다시 넣어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섀시를 해놓아야 한다"며 "담도 무너지고 작년에 새로 산 오토바이도 못 쓰게 돼 버렸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 왕피천 둔치 주차장은 곳곳이 파헤쳐진 상태로 방치돼 있어 폐허처럼 보였다.

가로·세로 1m 정도인 콘크리트 구조물은 제자리를 벗어나 여기저기 얽혀 있어 태풍 때 불어난 물살 위력을 느끼게 했다.

수산리 해변에는 '태풍 미탁 발생 해양쓰레기 집하장'이 아직 운영 중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갔다가 밀려온 나무줄기와 가지, 뿌리 등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따로 모아놓은 일반 쓰레기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영덕군 영해면과 병곡면 사이 송천에 놓인 송천교도 복구되지 못했다.

많은 비로 송천교 중간 상판이 내려앉아 통행이 금지됐다.

바로 옆에 놓인 옛 송천교는 중간 부분이 떠내려갔다.

옛 송천교는 차가 다니지 않고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로 이용됐다.

영덕군은 차가 돌아서 가도록 안내판을 붙여 놓고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

태풍 미탁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큰 피해가 난 울진과 영덕은 복구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태풍 미탁으로 경북에서는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주택 67채가 파손되고 1천739채가 물에 잠겼다.

도로와 교량 285곳, 하천 137곳 등 2천205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662가구에 892명이 발생했다. 21개 시·군 가운데 피해가 집중된 4개 시·군(피해 금액 울진 540억원·영덕 298억원·경주 95억원·성주 65억원)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