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 실언 일파만파…日대입 영어민간시험 시행 보류

차별 당연시한 장관 발언이 도화선…야당 "문부과학상 사임해야"
일주일 새 각료 2명 낙마한 아베 정권에 악재 추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근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화선이 돼 대학 입시용 영어 시험 시행이 보류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교육부 장관 등의 역할)은 대학 입시의 영어 과목 시험을 대신해 내년도부터 시행하려던 영어 민간시험을 보류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그는 "자신 있게 수험생에게 추천할 시스템이 돼 있지 않다"며 민간 시험을 활용이 타당한지를 포함해 제도를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4년도를 목표로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부터 영어 민간 시험에 필요한 공통 아이디(ID) 신청이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백지화한 셈이다.

영어 민간 시험은 관련 협정을 체결한 6개 단체가 시행하는 7가지 시험 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다.

내년 4∼12월에 최대 2차례 응시 기회를 주고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지원 자격을 주거나 시험 성적에 따라 대학이 가점을 주는 등의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험장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시료가 비싸서 거주 지역이나 학생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기회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전국고등학교장 협의회가 연기를 요청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시험을 강행하려 했으나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의 발언이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결국 시행을 보류하게 됐다.
그는 지난달 24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하는 식의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분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는 부유층 자녀가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런 불공평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발언에 비판이 쇄도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거듭 사죄하고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으나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고 결국 시험 보류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한층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의 사임을 요구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아베 총리의 보좌관을 지낸 측근으로 올해 9월 개각에 처음으로 각료가 됐다.

지난달 25일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한 데 이어 31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사직했다. 장기 집권으로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어 민간 시험 보류는 아베 정권에 추가 악재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