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Mnet '조작' 논란에도…오디션 장르 포기 못 하는 까닭

'프로듀스101', '아이돌 학교' 조작 논란에도
새로운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 잇따라
"강다니엘, 송가인 대표적 성공사례"
"대중 관심 끌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포맷"
엑스원/사진=한경DB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민낯이 드러났다. Mnet '프로듀스X101', '아이돌 학교' 조작 논란을 통해서다.

제작진, 소속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는 가요계에서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방법 중 하나다. '내가 키운 가수'라는 애정 덕에 팬덤도 탄탄하다.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과 트로트가수 송가인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례적인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가요계는 오디션을 통한 그룹 탄생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하지만 논란이 지속되면서 장르 자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종영된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뒤를 이어 '프로듀스' 시리즈가 론칭됐을 때 획기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 시리즈는 당초 일본 걸그룹을 뽑는 AKB48을 모방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프로듀스48'이라는 이름으로 AKB 멤버들과 합작한 그룹을 뽑으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워너원 '쇼챔피언' 출연 모습 /사진=한경DB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워너원, 아이오아이, 아이즈원, 엑스원까지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하지만 엑스원의 데뷔 멤버를 뽑는 '프로듀스X101' 최종화에서 파이널 순위 중 일부 참가자들의 표차가 일정한 차이로 나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유력 데뷔 주자로 예상됐던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순위에서 뒤쳐져 있던 의외의 연습생이 데뷔 멤버로 꼽혔다고 팬들은 의심했다. 경찰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한 Mnet과 해당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내보냈던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등 소속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제작진의 휴대전화 또한 입수해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러한 의혹만으로 팬들의 배신감은 하늘을 치솟았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포맷을 제작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한 팬은 "일가족을 섭외해서 문자투표를 시켰다"며 "200~300명에게 영업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력을 다해 지원했는데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로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아이돌학교' 출신 이해인 또한 이같은 농간에 당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에는 다양한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Mnet '퀸덤'은 마마무, AOA, 러블리즈, 오마이걸, 박봄 총 6팀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정면승부를 그린 예능이다. 한날 한시에 동시에 컴백하며 새 싱글을 발매, 1위를 선정했다. '퀸덤' 측은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문자투표에 대한 의심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마마무가 '우린 결국 다시 만날 운명이었지'를 통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오마이걸, 러블리즈 등은 다양한 색깔의 무대를 선보이면서 '재발견'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익숙한 문자 투표 포맷을 기반으로 기존 걸그룹들의 색다른 매력에 집중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TV조선에서는 지난 5월 '미스트롯'을 방영해 최고시청률 18.1%까지 끌어 올리며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트로트 장르를 융합해 중노년층이라는 새로운 시청층 유입을 유발했다. 2049시청률도 5.3%로 이례적이었다.

우승자인 송가인은 단연 톱스타로 발돋움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MC몽 신곡에도 참여해 음원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팬텀싱어'를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맛'을 봤던 JTBC에선 '슈퍼밴드'를 내놓아 비판과 호평을 함께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숨겨진 천재 뮤지션을 찾아 한국 대표 밴드를 내놓겠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참가자들 모두 놀라운 실력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남성 밴드만을 지향했던 터라 지적이 있따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암은 극명하지만 방송가에서는 해당 장르를 지속해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Mnet은 10대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10대 가수를 뽑는 '십대가수' 론칭을 준비 중이다.
TV조선은 '미스트롯' 인기에 힘입어 '제2의 송가인'을 찾기 위해 '미스터트롯'을 론칭할 계획이다. 남자 트로트가수를 찾는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가창력과 매력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할 수 있도록 유닛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튜브를 통해 기사회생한 씨름을 주제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나온다. KBS2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은 16명의 씨름 선수들이 모여 기술 씨름의 최강자를 가린다.

'쌤통의 심리학'(현암사)에 따르면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자부심의 기쁨이 따르는 명예욕이라고 정의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익숙한 포맷"이라며 "타인의 꿈을 이뤄줄 수 있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청자들이 존재함에따라 이같은 장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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