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 -0.4% → 0% '초저물가' 지속…저성장 속 '디플레'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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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급·정책 요인"이라지만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해 3개월째 초저물가 상태가 지속됐다. 정부는 공급 가격이 낮아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경기가 나빠 수요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 "수요충격 주요하게 작용"
체감물가는 3개월째 '마이너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작년 10월과 같았다.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로는 보합이지만,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살펴보면 플러스 전환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이어오다가 8월 -0.04%를 기록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9월에는 0.4% 하락하며 196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떨어져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인 460개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을 뽑아 작성한 지수다. 지난 8월은 -0.4%, 9월은 -0.9%였다.통계청은 저물가의 원인으로 농산물과 석유류, 집세 등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을 꼽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0%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는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저물가의 원인을 수요 위축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내놓은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와 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보다 수요 충격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14일 ‘국내 소비자물가의 특징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의 저물가 상황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