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혁신은 실패에서 싹튼다

실패는 혁신에 이르는 필수 코스
'실패 기념식' 코닝 기업문화로 정착

디팍 초더리 < 코닝 부사장·코닝기술센터 한국 대표 >
흔히 성공은 과녁의 정 가운데를 맞히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시도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실패한 걸까. 아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다음 번 시도에서는 명중시킬 수 있다고 본다. 즉 실패는 성공을 향한 디딤돌이 된다. ‘발명왕’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도 셀 수 없는 실패 끝에 발명가로 성공을 거뒀다. 그는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잘 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포기하는 데 있다. 성공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것이다”라는 명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에디슨은 그가 남긴 말처럼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백열전구를 개발해냈다. 그는 백열전구 필라멘트의 바깥을 감싸며 불빛을 투과시킬 수 있는 외피가 필요했고, 당시 코닝을 찾아왔다. 때는 1879년, 코닝은 에디슨이 발명한 필라멘트를 감싸는 유리구를 고안해냈다. 혁신 기업으로서 코닝 역사의 첫 장이 펼쳐진 것이다.에디슨과 마찬가지로 코닝에서도 실패와 성공은 동떨어진 개념이나 경험이 아니다. 코닝은 실패를 복잡한 혁신 과정에서 예상되는 하나의 단계로 본다. 코닝이 추구하는 혁신 사업 중 상당 부분이 처음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신속하게 더 나은 프로토타입(기본모델)을 구축하는 능력, 현실적인 예산 수립 능력을 키우고 기존에 세운 가정을 의심하는 법 등 여러 교훈도 얻는다. 코닝은 기업 역사 전반에 걸쳐 제품을 개발하면서 얻은 교훈을 다른 제품 개발 과정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코닝은 휴대기기용 강화 유리를 개발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활용했다. 이 유리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1960년대에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 못했던 강화 유리 프로젝트를 부활시켰다. 2007년 마침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소비자 가전용 커버글라스인 ‘고릴라 글라스’가 탄생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및 기타 소비자 가전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릴라 글라스는 코닝의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코닝에는 해마다 연구원, 과학자, 엔지니어, 상용화 책임자 등 모든 팀 구성원들이 모여 실패한 프로젝트를 되짚어보는 행사가 있다. 제품 성능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거나, 충분한 수익 창출이 어려웠거나, 시장 기회 부족으로 상용화가 중단된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독특한 행사다. 이를 통해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교훈을 공유한다. 또 조직 대내외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며,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잠재 시장을 파악하는 등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일명 ‘실패한 프로젝트를 위한 기념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 개개인의 공헌과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들의 성실성, 전문성, 헌신 덕분에 기업의 첨단 소재, 시장 및 제조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으며, 이것이 혁신의 한 단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디슨의 명언처럼 실패는 또 다른 발견이다. 진정한 혁신은 매 순간 실패에 가까이 서서 그 교훈을 전수하고, 새로운 도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