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가입자에게 가혹한 건강보험료율, 바로잡아야

한 달 이상 해외에 체류할 때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혜택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법제처가 “면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간엔 보험료도 내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판단해 2004년부터 혜택을 줘왔다. 지난해 1~6개월 해외체류로 보험료를 면제받은 사람은 19만 명, 금액은 426억원에 이른다. 이 중 60대 이상 가입자가 19.1%(3만6317명)를 차지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일부 은퇴자들이 건보료를 아껴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건보공단은 10년 넘게 편법으로 건보료를 깎아줘 재정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퇴자 자영업자 등 건보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불합리한 제도 탓이다. 재산에 건보료를 물리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만 시행하고 있다.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7월 부과체계(1차)를 개편했다. 하지만 저소득층만 혜택을 봤을 뿐 중산층 이상 지역가입자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났다. 연금소득 반영비율을 20%에서 30%로 높였고 연소득 3860만원, 재산세 과표 5억97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게 했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올리는 것도 어려워졌다.

정부가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꾼다고 하면서 오히려 재산 기준을 강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시가격과 건강보험료율은 줄줄이 올랐다. 재산이 아파트 한 채뿐인 은퇴자들의 경우 소득은 그대로인데 보험료 부담만 잔뜩 커졌다. 이러니 ‘건보료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