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한국, 가상화폐 대처 늦다…해외 은행은 이미 AML서비스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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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로빈슨 엘립틱 공동창업자 인터뷰"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권고안 발표 이후 많은 국가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암호화폐 트렌드를 주도하던 한국은 오히려 느린 편이라 할 수 있죠."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톰 로빈슨 엘립틱 공동창업자(사진)는 “근래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암호화폐 펀드 매니저들에 대한 지침서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가 이끄는 엘립틱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거의 처음 생긴 자금세탁방지(AML) 전문회사다. 지난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임페리얼칼리지 박사 출신 3명이 모여 런던에서 설립했다. 엘립틱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과학자인 로빈슨 박사는 컨설팅·투자업계에서 활약하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엘립틱을 창업했다.
KPMG 선정 '100대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며 뉴욕, 도쿄,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둔 엘립틱은 주요 선진국 은행권에 암호화폐 AML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은행들은 왜 서둘러 암호화폐 AML솔루션을 도입한 것일까.
- 해외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AML을 도입하고 있다고."그렇다. 엘립틱 사례만 봐도 그간 암호화폐 거래소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권과의 협업이 늘고 있다. 영업기밀이라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시중은행 및 금융기관들에 암호화폐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 주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나.
"암호화폐 거래 모니터링 툴(도구)과 포렌식 툴을 제공해 모든 거래를 스크리닝하고 위험도 점수를 분류해 사내 정책 등에 맞춰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뿐 아니라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뛰어드는 금융사도 늘고 있어 이와 관련된 AML 비즈니스도 한다."- 다른 나라의 암호화폐 AML 동향은?
"일본은 정부가 제시하기 전에 거래소 연합이 자발적으로 안을 만들어 제안하고 이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5AMLD)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미국은 재무부 산하에서 은행비밀법(BSA) 준수를 감독하는 기관인 FinCEN(미국 금융범죄 집행 네트워크)이 2011년부터 전자거래를 수행하는 업체(MSB)들에 적용되는 규정을 만들어 모든 암호화폐 관련 종사자들은 이미 2년마다 등록을 갱신하고 있다."
- 한국 상황은 어떻게 보는지."선진국들에 비해 더디다. 특히 FATF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의 경우 거래소 입장에선 과도해보일 가능성도 있다. 다른 국가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단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 FATF 권고안이 암호화폐 산업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
"최대 관건은 '트래블 룰'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간 송·수신자 거래 내역을 공유하라는 거다. 암호화폐 특성상 적용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업계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기존 중앙화된 기관들에 적용하는 법을 탈중앙화 기관에 적용하려 하니 부작용이 생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 한국의 기관들이 FATF 권고안을 준수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일단 고객들의 신원을 확실하게 알아야 하고(KYC), 모든 거래 기록과 행동을 기록해야 한다. 특히 의심 거래 적발시 이를 보고하는 절차를 정확하게 밟아야 한다. 문제가 생긴 거래의 경우 거래소 차원에서 '셧다운'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FATF 권고안을 지킬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거래소들이 최대한 기술에 많은 자원을 투자해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 유럽 사례처럼 암호화폐 관련 자금 추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엘립틱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암호화폐 회사들, 특히 거래소 등에만 한정해 제공하던 AML솔루션 상품들을 기존 금융권 회사들, 은행, 자산운용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금융기관 관련 암호화폐 AML 솔루션 분야에 보다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지난 9월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2300만달러(약 268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다. 현재 도쿄, 싱가포르 두 곳인 아시아권 지사를 늘려 시장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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