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⑤ 친문에서 '원조 친문'으로…당정청 '파워엘리트' 변화

출범초 2선 후퇴했던 최측근 전면으로…당청서 친문 색채 강화
연말 개각·靑개편 가능성에 내년 총선…권력지도·당청관계 변화 주목
문재인 정부 전반기 여권의 권력지형도는 '친문(친문재인) 색채 강화'로 요약된다. 2017년 5월 정부 출범 초기에 2선으로 후퇴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그룹을 비롯한 원조 친문이 속속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전면에 자리 잡으면서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계기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여의도로 진출할 경우 당내 친문 그룹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가 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구도에 따라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가 계속됐다는 것도 전반기의 특징이다. 다만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당 일각에서 쇄신론이 나오는 등 총선을 앞두고 원심력이 커지고 있는 점은 향후 당청 관계의 변수다.

나아가 연말·연초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여권 내 '파워엘리트'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 친문에서 원조 친문으로…주요 자리에 포진
여권의 핵심 세력인 친문 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포스트에 포진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내각에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대표적 인사다.

김태년 전 정책위의장, 박범계 전 수석대변인 등도 당에 머물며 문재인 정부 1년 차 국정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문 대통령의 탕평 인사 기조에 맞춰 민주당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등 이른바 '3철'을 비롯해 친문 원년 멤버인 '문간방' 모임의 전·현직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후방 지원'으로 뜻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 5월 원내사령탑으로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홍영표 의원이 당선되고,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에서 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강조한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당에서부터 친문 색채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내년 총선 실무 책임자로 임명한 윤호중 사무총장 역시 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다.

최측근 인사 '3철'의 역할 반경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당장 양정철 전 비서관은 지난 5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 임명과 함께 여의도로 복귀, 정치 일선에서 역할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해찬 대표 특보단장에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내년도 예산안 통과의 실무 책임을 지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 5월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청와대에서도 읽힌다.

지난 1월 임종석 전 실장의 후임으로 노영민 실장이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2017년 대선 때 영입된 임 전 실장이 신(新)친문이라면, 노 실장은 '원조 친문'으로 꼽힌다.

정부 초반 주중 대사를 지낸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2기 청와대 참모진에는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등도 합류했다.

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을 때 정책위의장 등을, 지난 대선 때 캠프 총괄수석부본부장을 지냈다.

내각에도 지난해 8·30, 올해 3·8 및 8·9 개각 등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합류했다.

임명 한 달여 만에 지난달 14일 낙마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도 불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내각 원년 멤버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해 8월 내각에 합류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선 때 선대위 수석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다만 올해 일련의 개각을 통해 2기 내각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빠지고 통합 인사의 의미를 가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전문가·관료 그룹이 합류한 것은 당청의 인적 변화와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계파색이 적고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 개각과 靑개편·총선…당정청 관계 변화 주목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말 또는 연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 및 청와대 개편은 향후 여권 권력 지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당장 조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3철' 가운데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거론돼 관심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 등 총선에 따른 인사 교체 수요가 있는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총선 차출론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총리의 당 복귀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총선 국면에서 이 총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 따른 것으로, 벌써 공동 선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빠질 자리를 문 대통령이 어떤 콘셉트로 채울지 관심이다.

다만 개각 규모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임 인선 문제에 달렸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므로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 변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개편도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와 관련돼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은 여전히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1기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 입성 여부도 관심이다.

이들의 총선 승리는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문 대통령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당청 관계에서 당의 원심력이 어느 정도 커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당내에서는 40% 초·중반인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대 중반까지 떨어질 경우 총선을 앞두고 쇄신론이 더 커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최근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중도층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 쇄신 요구가 나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여권 인사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 사퇴로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세가 안 멈추고 3∼4% 더 떨어졌으면 여권 전반에 인적 쇄신 요구가 더 커졌을 것"이라면서 "향후에도 지지도 추이가 쇄신론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당청 관계 측면에서 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을 보였던 과거 정부의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