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냉동컨테이너 시신 전원 베트남인 추정"에 가족들 '망연자실'

실낱같은 희망 사라져…이제는 시신 운구 비용 걱정에 슬픔 더해
"시신 속에 르엉도 포함됐습니까?" "그렇습니다"
베트남 중북부 하띤성에 사는 응우옌 딘 지아는 지난 1일 밤 영국 경찰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몇 가지 질문 끝에 기아는 통역사를 통해 아들 르엉이 냉동 컨테이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39명 중 한 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

지난달 23일 영국 밀입국 도중 냉동 컨테이너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희생자 39명 전원이 베트남인으로 추정된다는 영국 경찰 발표로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베트남 가족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가 3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아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영국 경찰은 베트남 통역사를 통해 냉동컨테이너 시신 39구의 신원을 확인했다면서, 영국에서 실종된 것으로 신고된 지아의 아들 르엉(29)에 대해서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름과 가족 사항 그리고 그 밖의 인적사항 등을 묻고 난 뒤, 영국 경찰은 지아에게 르엉이 숨진 39명에 포함돼 있으며 현재 시신은 영국에 안치돼 있다고 전했다.

지아는 "통역사에게 아들이 시신 39구 속에 포함됐는지 한 차례 더 물었고, 그들은 맞다고 했다"면서 "아들의 시신을 언제 집으로 운반해올 수 있을지 물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통역사는 영국 경찰에 물어본 뒤 자아에게 (시신 운구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르엉은 프랑스에서 1년을 일한 뒤 지난달 중순 영국에 가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아는 "아들의 행방이 묘연해진 뒤 숨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공식적인 신원 확인 결과를 전달받고 나서는 쓰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지아 가족은 이제는 아들의 시신을 집으로 운구할 비용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걱정까지 하는 처지라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시신을 되도록 빨리 집으로 운구해오고 싶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베트남과 영국 정부가 실현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깐 록 지역 응엔 마을에 사는 팜 반 틴도 딸인 미가 39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인 것 같다는 얘기를 통역사를 통해 영국 경찰로부터 전달받았다.

틴은 "가족이 충격을 받을까봐 '인 것 같다'는 표현을 쓴 것 같다"면서 "딸의 시신을 집으로 운반해오기 위해서는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등을 물었지만 영국 경찰은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틴은 가족이 이미 미를 위한 제단을 차린 뒤 향을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틴의 집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보 난 꾸에도 아들인 주의 사망을 확인해 준 영국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꾸에는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주는 8억 동(약 4천만원)을 내면 영국에 데려다 준다는 베트남 브로커 말에 지난 6월 독일로 건너가 보름을 지낸 뒤 프랑스도 이동했으며, 약 석달 뒤인 지난 22일 베트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영국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중북부 하띤성은 이번 비극과 관련해 베트남에서 실종신고를 한 24가구 가운데 10가구가 몰려 있는 곳이다.

또 인근의 응에안성, 트어티엔후에성에서도 19가구가 냉동 컨테이너 희생자에 자신들의 가족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보다 나은 수입을 찾아 떠나려는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영국 불법 밀입국이 횡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경찰은 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지난달 23일 냉동 컨테이너에 몸을 싣고 밀입국하려다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된 39명이 전원 베트남 국적자들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