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은 나온다는데 황교안은 엉거주춤…'안갯속' 보수재편

내달 '결행' 예고한 劉…"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국당·安 압박
"黃, 친박·영남 지지율에 도취" 비판…"결과물 내놓을 것" 반박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탈당 예고 시점이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보수진영이 어떤 구도로 재편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유 의원은 자신이 이끄는 당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 소속 의원들과 함께 탈당과 신당 창당 등을 논의 중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소속) 의원 15명이 모두 모이는 회의를 빨리 소집해서 신당창당추진위원회 문제를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탈당에 앞서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전 의원의 동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오랜 기간 답이 없는 상태다.

그는 "(안 전 의원의) 답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고, 12월 초라고 한 저희의 계획이 크게 영향받을 일은 없다"고 했다.

결국 유 의원은 자신이 예고한 대로 다음 달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하고 나서 '결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했다. 변혁 소속 한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성 정당처럼 전국을 순회하며 깃발을 흔드는 요식행위만 줄여도 12월 창당은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이 탈당을 전후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보수통합'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16일 "날만 잡히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황 대표가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양측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다.

유 의원은 공개 발언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 찬반을 떠나 '탄핵의 강'을 건널 것 ▲ 자유뿐 아니라 공정·정의를 추구하는 '개혁보수' ▲ 기존 한국당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집' 등을 통합 논의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한 상태다.

그는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변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국당 내에도 유 의원의 인식과 결이 비슷한 견해들이 적지 않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더이상 탄핵 문제로 서로 손가락질하는 비열한 작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전 대표는 "탈당과 복당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고,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며 유 의원과 함께하다 복당했던 인사들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작 황 대표와 유 의원 사이에서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이유로 당 안팎에선 황 대표의 주요 지지기반이 친박(친박근혜)계 출신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친박이 친황(친황교안)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복당파 대표 격인 김무성 의원 역시 지난달 29일 "통합 이야기만 나오면 특정인 몇몇이 나서서 통합에 재를 뿌리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며 친박계를 겨냥했다.

'조국 사태'로 회복세를 보였던 당 지지율, 특히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 현 여권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을 겪으면서 황 대표가 통합 논의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적쇄신'에 앞서 '인재영입'부터 발표하는 게 이 같은 인식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쇄신과 통합을 해놓고 나서 인재를 영입해야지, 인재를 먼저 영입하면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총선에서 TK·PK만 이겨 '영남당'으로 남을 텐가.

수도권 선거는 유승민이라는 상징성과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 역시 덮어놓고 한국당과 합치자고 달려들 이유는 없다는 게 그의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한 안철수계 의원들의 거부감도 부담이다.

한 변혁 소속 의원은 "본질적인 변화 없이 의석수만 늘리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황 대표 측은 유 의원과의 통합 논의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통합 논의의 특성상 어느 정도 무르익기 전에는 진행 상황을 일일이 드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3당 합당'이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아무도 모르다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