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기인사 무색한 현대차…'이름값보단 성과' 파격

▽ 제네시스·중국사업 1년 못 채우고 교체
▽ 성과 중심 수시인사, '이름값보다 성과'
▽ 현대차, 안정보다는 변화 통한 혁신 추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업무에서는 효율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최근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임원인사를 연이어 단행했다. 급변하는 세계 시장 흐름에 맞춘 역동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현대차는 제네시스 사업부장에 이용우 부사장을, 중국사업 총괄에 이광국 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람보르기니 브랜드 전략을 담당했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제네시스 브랜드 사업부장으로 영입했다. 그해 11월에는 중국사업 총괄에 이병호 사장을 임명했다. 두 자리 모두 1년여 만에 다시 인사를 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끈 현대차의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에서 임원급은 정기로, 인사는 2년 내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정의선의 현대차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임기를 보장하기보단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역동적인 변화를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G80 풀체인지 위장막 차량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두 사업 모두 현대차에게 중요한 사업이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4년 전 미국 고급차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시장 공략은 여의치 않았다. 현대차는 연 10%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기대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7%대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은 1만312대에 그처 2017년 2만594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사업부장을 영입했지만, 올해도 힘든 싸움은 여전했다. 쿠페형 스포츠세단인 G70이 출시되며 젊은층 공략에는 성과가 나타났다. G70은 2019년 북미 올해의 차에도 뽑혔다. 하지만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차량인 G80, G90 판매량은 올해들어 30% 가량 더 쪼그라들었다.내년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중요한 해다. 내년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과 신형 G80 세단을 선보인다. 후속 모델로 SUV GV70도 예정됐다. 신규 차량 출시를 통해 북미 점유율 확장은 물론 유럽 고급차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이러한 시기 현대차의 제네시스 사업부장 경질은 유명한 인물을 내세우고 사업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보다 능력있는 인물 주도의 역동적인 변화와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정 수석부회장의 판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사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현대차 판매량은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대를 판매했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를 겪으며 120만대 아래로 내려왔고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6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가 출시한 소형 SUV 신형 ix25. 사진=현대자동차
중국 시장에서 독일·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성장하는 동안 현대차는 사드 보복 여파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고, 그 사이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도 높아진 탓에 현대차의 입지가 더욱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 부진에 중국 1호 공장인 베이징 1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기아차 옌청 1공장도 멈춰섰다.

현대차는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사업총괄을 교체하고 현대·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스바겐 중국 연구개발(R&D) 담당을 지낸 스벤 파투슈카를 영입했다.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 9월 "(중국) 공장을 하나씩 줄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현대차는 안정적인 정기 임원인사에서 성과 중심의 수시 임원인사를 채택했다"며 "이번 사장급 인사 역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회사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적인 현대차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