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 쭝 찡 베트남 CMC그룹 회장 "세번의 산업혁명 기회 놓친 베트남, 4차 산업혁명에선 뒤쳐지지 않을 것"

‘삼성의 베트남 첫 투자 기업’ CMC 회장 인터뷰
베트남 85%가 영세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세계화의 기회
CMC그룹은 베트남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전위부대 중 하나다. 호찌민에 빅테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고, 최근엔 ‘C오픈’이라는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작년 매출은 약 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 CMC의 존재가 알려진 건 지난 7월 삼성SDS가 CMC에 500억원을 투자, 약 25%의 지분을 인수하면서다.

CMC를 ‘삼성의 간택’을 받은 기업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삼성SDS 외 한국 기업을 비롯해 일본 등 다른 나라 업체들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CMC가 삼성을 선택했다. CMC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 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삼성SDS의 목표다. CMC에 대한 추가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하노이 CMC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응우옌 쭝 찡 회장(사진)은 “세 번의 산업혁명이 지나갔지만 베트남은 큰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며 “4차 산업혁명에선 반드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베트남 곳곳에서 디지털 경제라는 말이 들립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이 선포된 게 2년 전입니다. 부지런히 좇아가지 않으면 앞서 세 번의 산업혁명기에 그랬던 것 처럼 또 다시 뒤쳐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베트남 내에 팽배해 있어요. 그래서 베트남 전체가 매달리고 있는 게 바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현재 수준을 평가하신다면.“우선 정부 차원에선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공공서비스의 80~90%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것이 목표인데 제반 조건들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년 전쯤에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때 ‘E-서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전자정부와 관련해 베트남의 주요 벤치마킹 사례죠”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베트남 기업의 85% 정도가 중소기업들이에요. 규모는 물론이고, 기업관리나 경영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이런 점이 가능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 디지털 기술혁명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고객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베트남 농민들이 세계의 고객들과 거래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4차 산업혁명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게 있다면.

“인프라 구축이 절실합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돼야 시민들이 디지털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필요성도 알게 됩니다. 기업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활용해봐야 효용을 체감하는 것이고요. 4차 산업혁명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위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한 번 뒤쳐지면 영원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SDS와의 제휴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그렇습니다. 삼성SDS의 앞선 기술과 경험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마 CMC와 삼성SDS는 2년 전부터 협업을 해왔습니다. 삼성SDS에 베트남의 고객사를 소개해주고, CMC는 스마트팩토리 같은 삼성SDS의 사업을 돕는 식으로 협력관계를 발전시켰어요. 이번 제휴 덕분에 양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스마트 빌딩 등 12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CMC의 전략 방향은 무엇인가요?

“계열사인 CMC텔레콤은 베트남 내 클라우드 분야 선두에요. 국제 표준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현재 호찌민시에 CMC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호찌민(베트남 남부 중심), 하노이(수도이자 북부 중심), 다낭(중부 중심)을 연결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결하는 것이죠. 올 초엔 씨오픈 생태계 시스템을 발표했어요. 개방형 테크놀로지를 위한 인프라에요”

인재를 구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CMC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인적자원입니다. CPO(최고인재관리책임자)라는 직책을 만들어서 좋은 인력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 CMC그룹 엔지니어 중 약 20% 가량이 미국, 영국, 한국, 일본 등에서 유학하고 온 해외대학 출신자들이에요”

향후 비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2023년 10억달러 매출이 CMC그룹의 목표에요. 5년 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고요. 그러면 베트남이 역내 IT 중심국가가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아울러 삼성SDS와 CMC의 협력이 한·베트남 협력의 모범이 되리라 자신합니다. 한·베가 한 배를 타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