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자동차는 이제 유해물질…생존의 필수조건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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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럽 이어 중국도 환경 기준 강화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판매 실적이 하락하는 등 자동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 불황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 현대차 디젤엔진 신규 개발 중단
▽ 쌍용차·르노삼성도 친환경차 가속도
반면 친환경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판매 금지 등 강력한 환경 보호책을 유럽 등 선진국이 예고하면서다.한국 자동차산업이 해외 수출시장에서 다시 힘을 발하려면, 친환경 자동차 개발로 빠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 "자동차,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랜 부진"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의 10월 국내외 판매는 70만3777대로 1년 전에 비해 4.0% 줄었다.내수는 13만4895대로 작년 동월에 비해 3.3% 감소했고 해외 판매는 56만8882대로 4.2% 줄었다. 현대차가 39만9906대로 -2.5%였고 기아차는 24만8752대로 0.8% 줄었지만 5개사 중에 가장 양호했다. 한국GM은 3만158대로 -25.5%, 르노삼성차는 1만4826대로 -20.4%, 쌍용차는 1만135대로 -24.1%를 각각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의 이 같은 실적이 제품 하자나 마케팅 전략의 부재에서 온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업계의 장기적인 부진으로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주요국 자동차 판매량은 719만 대로 전년동월 3.9%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1~8월까지 누적으로도 5940만 판매에 그치며 전년동기대비 5.9% 감소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준규 이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자동차 판매가 반토막이 나며 수요가 쪼그라들었던 시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유럽 이어 중국도 환경 기준 강화
증권가에서는 환경규제가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부터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환경 기준을 강화했다.이런 흐름은 지자체로도 퍼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친환경 차량에 '거주자 우선주차' 혜택을 주면서 시민들의 친환경 차량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그 밖에도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는 과정에서 각종 페널티와 혜택을 동시 부여하고 있으며 서울시 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등 여타 지자체도 친환경 차량 비율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아예 2025년까지 도심에서 차를 없애기로 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 교통국 이사회(SFMTA)는 2025년까지 시내 가장 붐비는 거리인 '마켓 스트리트'를 전면 보행길로 바꾸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스웨덴 스톡홀롬, 미국 뉴욕에서는 '교통혼잡세'를 걷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시내에 자동차 통행을 제한했다. 현재는 도심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 대부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 현대차 디젤엔진 신규 개발 중단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 바람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대차는 디젤엔진 신규 연구개발(R&D)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대차가 디젤엔진 개발을 줄이기로 한 것은 강화된 환경규제에 발을 맞추고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는 글로벌 추세에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쌍용차는 3분기 IR 자료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전기차와 커넥티드카를 언급했다. 구체적인 차량 제원 성능을 밝히지 않았지만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3분기에도 전기차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친환경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LG화학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가 유해 물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지하철 인프라 확충과 트램 도입, 자전거 활성화, 킥보드 시장 형성 등 이동수단 확대의 포인트는 모두 친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 주행과 같은 기술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