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장, '일왕사죄' 문제삼은 日의장 조우…인사도 악수도 없어

냉랭한 한일관계 반영한 듯…혐한세력 시위에 주일대사관저 오찬 취소
강제징용 '1+1+국민기부' 구상에 日언론 관심 집중 "강제로 모금 안해"
'이토 히로부미 동상' 옆에서 G20 의장들 단체사진…"큰 의미 안 둬"
방일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신의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온 산토 아키코(山東昭子) 일본 참의원 의장과 4일 마주했다.도쿄(東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에서다.

산토 의장은 문 의장이 지난 2월 외신 인터뷰에서 일왕을 '전범의 아들'로 지칭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할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아 양자 회동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서로를 만난 양측은 냉랭한 한일관계 기류를 반영하듯 인사나 악수는커녕 서로 눈길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두 의장은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진행된 단체사진 촬영에서 같은 앞줄에 앉았지만,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의원회관에서 G20 공식 회의가 시작될 때도 별도의 접촉은 없었고, 이후 문 의장이 오찬을 위해 먼저 자리를 뜨면서 이들의 '조우'는 마무리됐다.

회의장 밖에서는 전날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을 통해 문 의장이 한일 기업과 국민 기부금을 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 의장을 상대로 한 언론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문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뜻이 있는 사람과 함께 (모금을) 행하겠다.

강제적으로 (자금을) 모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에도 수십명의 한일 취재진은 문 의장을 둘러싸고 '징용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느냐', '산토 의장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등을 물었지만 문 의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다만, 문 의장은 이날 남관표 주일대사와의 관저 오찬이 예정됐으나 대사관저 앞에서 '혐한' 시위가 벌어지면서 경호상 문제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편, 문 의장은 이날 다른 G20 국회의장들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석상 옆에서 기념 단체사진을 찍었다.

단체 사진을 찍은 일본 의사당 중앙홀에는 이토 등 일본 정치인 3명의 석상이 모서리와 벽면에 세워져있다.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주최국의 세운 단체 사진 계획은 따르는 것은 외교 관례"라며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