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복지로 풀려니 실패…지방 살려 청년들 돌아오게 해야"

'인구 참사' 경고한
국내 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교수

해마다 제주도 인구만큼 줄어
中·日·대만도 인구감소 위기
동남아 이주민 모시기 경쟁할 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앞에서는 어떤 갈등이나 문제도 사소한 것이 될 겁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도 인구 절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감소가 한국에 가져올 충격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인구절벽’을 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 교수는 인구학을 오랫동안 연구하며 베트남과 경상남도 등의 인구정책에 대해 조언해왔다. 2016년엔 인구 감소가 초래할 문제를 생생히 묘사한 저서 <정해진 미래>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그 심각성을 알렸다.

▷2050년 한국 인구 그래프가 충격적이다.“2050년까지는 그나마 괜찮다. 평균 수명이 90세까지 연장될 전망이어서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상당수가 생존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한 해 90만 명 안팎인 베이비붐 세대가 사망하기 시작하면 매년 70만 명 이상씩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올해 태어난 신생아 30만 명 중 여아가 모두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출생은 16만 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 올 인구는 무한하지 않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제히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다. 젊은 동남아 근로자를 놓고 여러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우리는 어디에서 실패했을까.

“애초에 진단이 잘못됐다. 저출산의 원인은 출산·보육 복지가 아니라 지역문제에 있다. 낙후된 환경을 피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지역에서는 청년 인구가 무너지고, 자연히 출산이 급감했다. 게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방청년들은 높은 집값과 물가로 결혼과 출산을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지금 와서 고향을 보니 떠날 때보다 더 쇠락해 돌아갈 수도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을 지방정책이 있어야 했다.”

▷당장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농촌과 산촌 등에 광범위하게 분산된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 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를 집중, 개선해야 한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서너 곳을 묶고 사람들을 인프라 조성이 유리한 지역에 이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지자체를 통폐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민을 이주시키고 공공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도 보다 높은 지역 단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군 단위 지자체까지 모두 인구 관련 기구를 갖추고 있는데 의미가 없다. 의성과 영덕이 속한 경상북도를 예로 들면, 대구는 물론 부산과 경상남도까지 포함해 영남권 전역을 대상으로 대응계획을 짜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온다.”

▷반발이 거셀 것 같다. 학교 통폐합만 해도 동창회에서 반대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그래프가 있다. 경상남도에 인구정책을 조언해주며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기초지자체별로 분석해 보니 몇몇 지역은 2040년 이후 30세 이하 인구가 말 그대로 ‘제로’가 된다. 인구 감소 과정의 생활환경 악화는 고려가 안 된 것이니 그 시점이 빠르면 빨랐지 늦을 리는 없다.”

▷인구감소는 모든 산업의 쇠퇴를 의미하나.

“그렇지 않다. 우선 금융업이 유망하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를 필두로 자산 있는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예금 금리가 1% 안팎이다 보니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골라주는 서비스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진정한 실버산업 시대도 열리게 된다. 2028년이면 90세 이상이 60만 명, 80세 이상이 500만 명을 넘는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것이다.”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대부분의 한국 직장인은 은퇴하고 5년 정도밖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건강과 경제상황, 중요한 문제에 대한 자기 결정권 유지 능력 등 세 가지를 중심으로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냉정히 그려봐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