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남편 살해 흔적 지우면서 "청소하고 올게용" 웃으며 통화

고유정, 전 남편 살인 후 태연하게 통화
통화 녹음 파일, 법정에서 공개 돼

고유정 아들 "엄마는 카레 안먹어"
거짓 주장도 공개
얼굴 가린 채 이송되는 고유정/사진=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이 범행 직후에도 태연하게 통화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심리로 고유정에 대한 6차 공판이 속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고유정이 펜션 주인과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또 피해자인 전 남편 유족들이 피고인 고유정에게 엄벌을 처해줄 것을 탄원했다. 지금까지 고유정은 CCTV 영상 등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펜션 주인과 고유정의 통화 내용에서는 태연하게 웃음을 보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펜션 주인과 고유정은 사건 발생일 오후 8시43분, 오후 9시20분, 오후 9시50분 3차례 통화를 했다.

첫번째 통화에서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잘 들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면서도 "잠깐 뭘 해야 해서,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후 펜션 주인이 다시 전화를 걸었고, 고유정 아들이 받았다. 고유정 아들이 엄마(고유정)를 찾았고, 이후 아들은 "(엄마가) 조금 있다가 전화한대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통화 역시 고유정 아들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 엄마를 찾으며 1~2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고,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냉난방 시설 사용법 등을 들었다.

세번째 통화를 한 시간대는 고유정이 남편을 살해한 이후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고유정은 활달한 목소리로 중간중간 웃음까지 보였고,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고유정이 남편을 살해한 후 욕실로 옮겨 흔적을 지우는 와중에 "청소를 하겠다"고 아들에게 웃으며 말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평범한 여성이 이렇게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유정의 이전 주장들에해 반박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고유정이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과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을 30개나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역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고씨의 검색 내용은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 해당 검색 내용을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다음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고유정이 "남편은 카레라이스를 먹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아들이 "아빠와 나는 카레라이스를 먹었지만, 엄마는 먹지 않았다"는 진술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고유정이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향이 강한 카레라이스에 타서 먹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고유정은 피해자가 저녁 약속이 있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고유정의 혐의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피해자 유족들은 고유정의 엄벌을 요청했다.

피해자의 어머니인 A 씨는 유족 진술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저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지는 것 같다"며 "당장 '왜 그랬냐'고, '꼭 그렇게 했어야 했느냐'고,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뉴스를 보면서 시신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번에는 돌아오겠지’라는 희망도 가졌지만 아니라는 소식에 끝없는 절망을 헤맸다"며 "저 살인마는 속죄는 커녕 내 아들을 온갖 거짓말로 더럽히고 있다.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도 찾지 못하게 입을 다물면서 본인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너무 가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동생 B 씨 역시 "재판 선고 전에 형을 위해 피고인의 거짓말을 단 한 번이라도 반박하고 싶어 이 자리에 앉았다"며 "고유정이 형(전 남편)을 '변태성욕자'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과거 이혼소송 때 고유정의 반소장에 변태성욕자라는 단어가 없다"며 "이 재판을 앞두고 급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십, 수백번을 고민하다가 고유정의 동생에게 형님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고유정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직도 답을 못 받았다"며 "모자에 있던 머리카락 8개를 봉투에 담아 장례를 치렀다. 평생 아이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 형이 왜 이런 비참한 사건의 주인공이 돼야 하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향후 이런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신 없는 사건이 피고인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및 사체손괴, 은닉 뿐 아니라 의붓아들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고씨가 지난 3월 1일 의붓아들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했다고 보고 금주 내에 고유정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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