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 공식탈퇴한 트럼프, 석탄화력발전 규제 또 완화

석탄발전소 폐수 방류 규정 완화·석탄재 폐기장 폐쇄 시한 연장
미 환경보호청 "상식에 따른 타당하고 책임있는 조치" 주장
기후변화의 폐해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경정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5년 만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두 가지 규제를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절차에 공식 돌입한 날이기도 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수를 방류하기 전 수은·비소·셀레늄을 포함한 유독한 중금속과 석탄재를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석탄재가 지하수로 흘러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 전역 400개 이상의 석탄재 폐기장을 폐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몇 년 더 주겠다고 밝혔다.

앤드루 휠러 환경보호청장은 성명에서 "새로운 정책들은 전력업체의 무거운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정책은 수익 악화에 시달리는 미국 석탄업계, 석탄화력을 사용하는 전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기 최근 잇따라 승인한 규제 완화책의 일환이다. 환경보호청은 이번 규제 완화로 매년 1억7천500만 달러의 석탄재 폐수 처리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유독한 오염물질이 강이나 시내, 개울,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휠러 청장은 조만간 이번 두 가지 규제 완화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겠다면서 "이번 수정 조치는 상식적인 접근으로 책임있고 타당한 규제를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약속의 일환이며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다루는 미국 변호사들의 비영리 모임인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토마스 크마르 변호사는 "지금껏 강력했던 건강보호 정책에 빠져나갈 구멍 여러 개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국민 건강을 희생하면서 전력업계가 유독한 오염물질을 우리의 수로에 계속해서 버리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이후 줄곧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예고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환경정책을 잇달아 뒤집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광산업계와 석탄·유화업계의 이해관계를 전적으로 반영하면서 탄소배출 규제와 생물다양성 보호 등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슈를 무시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에도 천연가스와 태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붐 속에서 미국의 석탄 생산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석탄 시설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인 석탄업계 거물 로버트 머레이는 지난주 머레이 에너지의 부도 유예를 요청하면서 상세한 사업계획을 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2017년 환경보호청에서 은퇴한 베스티 서덜랜드 과학 책임자는 "이러한 조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생명을 겨우 몇 년 더 연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