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시리즈 등 엠넷 오디션 스타들 활동도 적신호

"비난과 폄하 속에서 선의의 피해자 발생 불가피"
엠넷-기획사 모종 거래 정황에 가요계 전반 파장 우려도
방송팀 =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프듀X') 제작진이 투표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기정 사실화하면서 그간 엠넷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스타들의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특히 가장 타격을 입게 된 쪽은 '프듀X'를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이다.

엑스원의 경우 '프듀X' 투표 조작 의혹이 마지막 생방송 직후 불거졌기 때문에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실제로 이들은 장기화한 경찰 수사 속에 CJ ENM 계열 채널 말고는 제대로 방송 활동이나 광고 촬영조차 할 수 없었다.시즌2로 데뷔한 워너원이 공식 데뷔 쇼케이스 전부터 온갖 광고에 촬영하고, 지상파 예능에서도 서로 부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례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아이오아이(시즌1으로 데뷔)나 워너원, 아이즈원(시즌3)처럼 시작부터 단단히 뭉쳐야 할 팬덤도 초기에 분열했다.

'프듀X' 투표 조작을 전제로 실력에 따라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 이름이 거론되면서 엑스원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아예 '바이나인' 등 파생그룹을 속히 데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러 의견이 온라인에서 충돌했다.물론 이 가운데서도 엑스원은 데뷔 앨범 첫 주 판매량이 52만장을 돌파하면서 나름 선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5일 경찰의 '프듀X' 제작진과 일부 기획사 관계자 영장 신청 사실이 전해지면서 구체적인 조작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고, 엑스원은 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아울러 다른 '프듀'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그룹들 역시 그동안의 기반 중 상당 부분을 위협받게 됐다.'프듀' 시리즈 투표 시스템이 모두 같았던 탓이다.

실제로 경찰 수사도 '프듀' 시리즈 전반과, 유사 아이돌 오디션인 '아이돌학교'까지에 걸쳐 이뤄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엑스원은 물론 다른 시즌으로 데뷔한 그룹들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그룹들이 활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누리꾼들이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 아니냐"고 예상했다.
물론 데뷔조에 대한 동정의 시선도 있다.

탈락자나 데뷔 멤버나 모두 '취업사기' 피해자라는 분석이다.

하 평론가 역시 "가수의 경우 자신들이 조작에 직접 공모한 게 아니라면 죄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열심히 한 죄 아니냐"며 "방송사, 기획사의 잘못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도 "멤버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다.

그들도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그들이 활동하고 말고를 어른들이 재단하기가 조심스럽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 보면 활동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여러 우려 속에서도 해당 그룹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당장 엠넷은 다음 달 일본 나고야에서 초대형 K팝 시상식 겸 축제 'MAMA' 개최를 앞뒀다.

기존대로라면 MAMA 무대는 데뷔조가 외국 한류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가장 큰 기회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엑스원과, 최근 아이즈원 등이 이 무대에 제대로 설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 이번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 '프듀X' 제작진뿐만 아니라 오디션에 참여한 일부 메이저 기획사 관계자가 포함된 사실도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자칫 '게이트' 수준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특히 엠넷과 기획사 간 모종의 거래 정황도 포착됐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이번 충격은 가요계 전반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영장 청구 대상이 구체적으로 공표되진 않았지만, 지난번 압수수색 대상으로 지목된 기획사들이 대부분 인기 아이돌 그룹을 보유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회사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