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과의 사투 50일째…강원도, 차단 방역 온 힘

연천·파주 등 인접 지역 ASF 확진에도 도내 모든 농가 '이상 없음'
공격적 대응 눈길, 정부와 마찰 아쉬움도…"야생 멧돼지 포획 총력"
경기 파주시의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지 5일로 50일이 지났다. 파주·연천 등 ASF가 연이어 발생한 경기 북부지역과 경계를 마주한 강원도는 질병으로부터 도내 양돈 농가를 지키기 위해 장기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발병 초기부터 공격적인 대응을 벌인 결과 돼지열병의 도내 양돈 농가 유입을 막았다.

하지만 차단 방역 단계에서 정부와의 마찰과 농가 피해를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함께 존재한다. 현재 도는 민통선 지역 야생 멧돼지를 통한 돼지열병 도내 전파를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 '뚫리면 끝장' 선제 대응으로 ASF 차단 총력
철원과 가깝게는 불과 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경기 연천 지역에서 ASF가 발병했다.

도는 북한에서 ASF 발생이 공식 확인된 지난 5월부터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5개 접경 군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1대 1 검사를 벌이는 동시에 각 농가에 ASF 예방관리 담당관을 지정해 현장 점검과 방역 교육을 강화해나갔다. 파주에서 ASF가 첫 발생한 지난 9월 17일에는 확진 농가를 거쳐 간 역학 관련 농가를 파악해 이동 제한을 조치하고 거점 소독시설 설치를 확대 운영했다.

ASF 발생 초기 '뚫리면 끝장'이라는 긴장 속에 접경지 양돈 농가를 상대로 차단 방역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했다.

도 예비비 23억3천만원을 긴급 확보해 거점소독장소·통제초소 설치 및 운영과 일제검사, 농가 소독약품 지원 등 차단 방역에 투입했다. 양돈 농가 모임 전면 금지, 모든 양돈 농가(축산 관련 시설 등) 및 주요 도로 매일 일제 소독 등 강도 높은 차단 방역도 함께 추진했다.

파주에 이에 연천, 강화까지 ASF가 확산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강원도는 도내 모든 양돈 농장(251개) 입구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군인, 공무원 등을 동원해 24시간 감시 체계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도 경계·접경지→거점소독시설→농장 주변으로 이어지는 3중 차단선을 구축하고 비무장지대(DMZ) 헬기 방역을 이어갔다.

방역대 구축에는 소독 차량 116대와 거점소독시설·통제초소 45개, 농장초소 182개, 1일 근무자 1천200여 명 등이 동원됐다.
◇ '무조건 막는다' 접경 지자체 도와 발맞춰 대응
정부와 강원도의 즉각적인 대응에 발맞춰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5개 접경 지자체의 유기적인 대응도 눈에 띈다.

ASF 국내 발병 소식이 전해지자 이와 가장 가까운 철원군은 지역 내에 진입하는 축산 관련 차량이 반드시 거점 소독시설을 거치도록 즉각 조치했다.

화천군은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임상 관찰을 강화하고, 양구군은 군의원 대다수가 초소 감시에 동참하면서 방역에 힘썼다.

도내 접경지에 주둔하는 부대들은 제독 차량과 초소 감시를 위한 병력 등을 지원했다.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각 지자체는 예정한 가을 축제와 행사를 대부분 취소·축소했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제를 취소함으로써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ASF 도내 유입을 막겠다는 긴장 속에 주민과 상인들도 이에 동의했다.

철원군은 대표 가을 축제인 태봉제와 DMZ 관광의 달 프로그램을, 양구군은 펀치볼 시래기 축제와 사과 축제를 취소했다.

화천군은 DMZ 리버스 랠리 자전거대회를 전격 취소하고, 인제군은 지난달 11∼13일 열린 합강 문화제의 개회식과 대규모 체육행사를 취소, 고성군은 DMZ 평화의 길 운영을 중단했다.

김일규 한국외식업중앙회 양구군지부장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이 크지만 돼지열병이 유입된다면 더 큰 문제"라며 "방역 차단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 정부와 곳곳 엇박자 대응 아쉬움…야생 멧돼지 남하 차단에 총력
도와 각 시·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ASF 차단 작전 곳곳에서 정부와의 엇박자 대응이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환경부는 ASF 첫 발병 당시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철원 민통선 지역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도와 접경지역 지자체는 총기 포획을 하려 했으나 환경부가 이를 금지해 적극적인 정책 집행이 늦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화천에서는 엽사 12명이 민통선 이북지역으로 포획 작전을 전개하려 했으나 국방부는 멧돼지 이동 금지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지침을 들어 총기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멧돼지 포획에 동참한 엽사들의 인건비 대책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비·도비 지원에 대한 지침이 없어 엽사들은 아직 인건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멧돼지 사체 매립 비용이나 처리 인건비 등에 대한 지원 방안도 수립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강원도는 철원 접경지역에서 발견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가 잇따라 검출됨에 따라 야생 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긴급 방역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통선에서 도 전역으로 포획 작전 범위를 넓혀 지난달 12일부터 전날까지 총 2천748마리의 야생 멧돼지를 잡아들였다.

군인 122명과 민간 엽사 68명 등 총 190명은 이날부터 사흘 동안 민통선 내 민·군 합동 4차 포획 작전을 벌인다.

홍경수 도 방역과장은 "ASF가 도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각 시·군과 함께 거점소독시설, 차단 울타리, 각 농가 초소 등 설치 운영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소독이 어려운 겨울철에도 적절한 약재를 사용하는 동시에 동파 방지 시스템 등을 활용해 차단 방역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시·군, 양돈농가의 언제 끝날지 모를 아프리카돼지열병과의 사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