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매 나온 128년전 '범어사 신중도' 돌아왔다(종합)

조계종, 미국 LA 경매서 낙찰…"승려화가 민규가 제작해 극락암 봉안"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인 1950∼1960년대에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후기 불화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891년에 승려화가 민규(玟奎)가 제작한 '범어사 신중도(神衆圖)'를 국내에 들여와 5일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했다.

부산 금정총림 범어사 신중도 귀환은 조계종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협업으로 이뤄졌다.

재단은 지난 9월 불화가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조계종은 지난달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소장자는 미국인으로, 부모에게 그림을 물려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은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했고,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간단한 보존처리를 거쳤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환수 고불식(告佛式)에서 "사부대중의 지대한 원력으로 민생의 간절한 발원이 깃든 성보인 범어사 신중도를 다시금 청정 도량에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사찰을 떠난 우리 불교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했던 정진의 조그마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신중도는 여러 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이번에 귀환한 범어사 신중도는 가로 144.8㎝·세로 146.1㎝다.

비단에 채색했으며, 그림 정보를 적은 화기(畵記)가 남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화기에 봉안 사찰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있는 1891년 작품 '범어사 칠성도'와 화풍이 유사하고 제작 시기가 '광서 신묘년'(光緖辛卯年)으로 동일하다"며 "범어사 칠성도에 극락암에 봉안했다는 기록이 있는 점으로 미뤄 신중도도 극락암에 모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규는 경상도에서 활동한 승려화가 완호 낙현(玩虎洛現)의 초기 법명으로 보인다"며 민규가 조성한 또 다른 불화로 1892년에 완성한 '청곡사 시왕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어사 신중도는 머리가 셋인 예적금강과 신통력이 있다는 천신인 마리지천, 위태천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천부와 팔부중 호법신을 배치했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표현 기법이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조계종 관계자는 "범어사 신중도와 유사한 형식과 도상은 19세기에 유행했다"며 "1862년에 조성한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도'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려화가 수용 기전이 1882년에 그린 '범어사 대웅전 신중도'에는 예적금강이 없고 마리지천과 위태천이 있다"면서 "104위 신중도 형식을 계승한 19세기 후반 불화는 현존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7일 불화를 본래 자리인 범어사로 옮겨 봉안한다.

범어사는 지난 2015년 7월에도 그간 행방을 몰랐던 조선 후기 칠성도(七星圖) 세 점을 스위스 취리히 경매에서 사들였다. 그해 9월에는 서울옥션을 통해 또 다른 칠성도 두 점을 매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