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태형 "슈베르트 열정적 삶 따라…'겨울나그네' 들려줄게요"

피아니스트 김태형
금호아트홀 연세서 연주회
“20대 땐 어떻게든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았죠.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온단 것을요. 애쓰지 않아도 결국 자신의 색채가 연주에 담기는 겁니다.”

5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태형(34·사진)은 “작곡가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만 집중할 뿐 이미 연주는 내 목소리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로 이번에 들려줄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그는 7일부터 매주 목요일 세 차례에 걸쳐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슈베르트로 가는 길’을 시리즈로 선보인다.7일에는 소나타 13번과 ‘악흥의 순간’ 전곡(6곡), 3개의 소품, 프로코피예프가 편곡한 왈츠 등을 연주한다. 14일에는 4편의 즉흥곡과 ‘방랑자’ 환상곡에 이어 리스트가 편곡한 가곡들을 들려준다. 21일 공연에서는 베이스 장세종과 함께 ‘겨울 나그네’를 들려준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 슈베르트의 괴로움과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24곡의 연가곡집이다. 김태형은 “무대의 호흡과 흐름을 고려해 선곡했다”며 “14일 공연 후반에 선보일 리스트 편곡 가곡은 마지막 무대 ‘겨울 나그네’로 가는 다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형은 열아홉 살이던 2004년 포르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2010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에 올랐고 2013년 영국 헤이스팅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무대에 설 기회를 얻기 위해 콩쿠르에 출전했다. 좋은 성적을 거둔 덕에 안정적인 연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뒤 헬무트 도이치를 사사, 가곡 반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크리스토프 포펜과 프리드만 베르거 문하에서 실내악 과정도 밟았다.

김태형은 “가곡의 가사에 따라 반주자도 달리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반주가 못 따라가면 작품의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라노 신영옥, 캐슬린 김과 반주자로 호흡을 맞췄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트리오 ‘가온’으로 활동 중이다. 김태형은 “다양한 형식의 무대에서 다른 악기·목소리와의 조화, 선율과 힘을 두루 고려하다 보니 독주 무대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경희대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에서 독주회를 했고, 다음달엔 독일 연주 일정도 잡혀 있다. “해외 공연은 일찌감치 일정이 확정되기 때문에 학사 일정을 조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다양한 무대에서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그들이 성장해가는 걸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가르치는 것도 적성에 맞나봐요. 하하.”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