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시어머니, 제발 집에 좀 가세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부갈등은 절대 풀리지 않는 숙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단순히 남녀의 만남이 아닌 두 가족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일면식 없이 살다가 가족이라는 한 굴레에 속하게 되면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시부모님의 방문은 며느리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일 중 하나다. 사위가 장인, 장모를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마찬가지다. 결혼 1년 차 여성 이모 씨는 시어머니의 잦은 방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어머니께서 신혼집에 계속 온다"면서 "이게 분가인지 합가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씨와 시댁은 그리 가까운 것도 아니다. 시외버스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거리가 먼 만큼 시어머니께서 한 번 이 씨의 신혼집에 오면 하루, 이틀 자고 가는 것이 아닌 장기 숙박(?)을 한다. 창고로 쓰던 작은 방엔 어느새 시어머니의 집이 한가득이 됐다.

이 씨는 "한번 올라오시면 내려갈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다"면서 "가장 길게 계셨던 건 34일"이라고 토로했다.

시어머니는 아들 집에 와 "민폐 끼치기 싫다"면서 요리도, 청소도 거들어 준다. 사실 이 씨는 유난히 깔끔한 편이라 시어머니가 청소할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퇴근하고 신혼집의 문을 열면 시어머니가 이 씨를 반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씨는 시어머니와의 동거가 불편해졌다. 아니, '차라리 야근을 하고 가겠다'고 자진할 정도로 귀가 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렇게 시어머니가 한 달이 넘게 신혼집을 지켰다. 어느 날 이 씨는 잠을 자려다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를 본 남편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어머니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씨는 "남편 입장에선 제가 어머니 앞에서 웃고, 살갑게 구니 좋아하는 줄 알았던 것 같다"면서 "집안일도 해 주시고, 밥도 잘 챙겨주시는데 왜 불편해하냐는 식으로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이 씨의 마음도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아들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셨을 텐데, 너무 매몰찬 게 아닌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 씨가 남편 지인과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보름 뒤 도착한 신혼집은 온기가 감돌았다. 깨끗이 청소도 되어 있고, 미처 버리지 못했던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진 상태였다.

시어머니였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어머니께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알려드렸기에 출입이 자유로우셨다.

이 씨 남편이 전화를 해보니, 청소해 주시러 왔다가 아들 부부가 공항 도착한 것 확인하고 부리나케 시댁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씨 남편이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도 없이 집에 올라온 적도 있다.

이 씨는 "이런 고민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비밀번호는 당연히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고민이다. 그래도 남편을 낳아준 분인데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시어머니가 같이 살 연습하시는 듯", "며느리가 아기 가지길 학수고대하시고 계실 듯하다. 아이 낳으면 손주 봐준다는 핑계로 눌러 앉을 것 같다", "비번은 당장 바꿔야 하고, 바꿨다고 알려드릴 필요도 없다. 상의 없이 못 올라오시도록 남편에게 단단히 못 박아두는 게 좋겠다", "저희 시어머니 오실 때 남편이 '너도 좋지 않냐'고 해서, 시어머니 오시고 난 다음날 매번 친정 아버지 불렀다. 그러다 시어머니와 친정 아버지를 동시에 불렀더니, 그 다음부터 보기 민망하신지 잘 안 오시게 됐다"며 조언했다.

또 "어떤 방법으로든 상처받지 않는 해결책은 없다. 스트레스 받느니, 강하게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며느리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을 것", "신혼 때 관계 정립 잘 해야 한다. 차라리 싫은 티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될 듯"이라고 충고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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