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련 회장 "60년 일군 경제, 한방에 무너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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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인의 날' 앞두고 쓴소리 쏟아낸 강호갑 중견련 회장“50~60년간 일궈 온 경제가 한 방에 무너질까 봐 두렵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인들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업, 본능적으로 성장 추구
규제법안 늘리는 건 멍청한 짓
6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은 이달 19일 ‘제5회 중견기업인의 날’을 앞두고 한 기자간담회에서 작정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지난 2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해 8년 동안 중견련 회장직을 맡고 있다.강 회장은 “중견기업들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중견련이 제도 개선에 기여해온 것을 돌아볼 때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 투명하고 건전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 입법 정치권은 우리만큼 그렇게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친(親)기업’ 정책을 당부했다. 그는 “기업은 본능적으로 매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수익을 내려고 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있는 분들도 서로 다른 당·부처끼리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국민을 상대하지만 기업은 세계를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지나치게 많은 규제 법안을 제정하는 데 대해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강 회장은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기업은 법을 피해 성장하려고 하고 다시 또 법이 만들어지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멍청한 짓”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자율적인 ‘규율’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이날 강 회장은 “한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수당으로 총 3000억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 돈이면 우리 같은 회사(강 회장이 운영하는 신영그룹)를 몇 개 만들 수 있다”며 “우리 회사 직원이 국내 1700명, 해외에 1800명이 있는데 그 돈으로 회사를 설립해 일자리가 생기면 그걸 청년들에게 주면 되지 않냐”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청년수당 확대 및 청년 월세 지원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기업인들은 마음이 아프다”며 “기업은 투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빌리기도 정말 힘든데…”라고 말을 흐렸다.
최근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저)를 읽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이 많이 마음에 와닿는다”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에 의한 경제 붕괴 등이 나온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견련은 ‘중견기업 주간’(19~22일)을 선포하고 19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공적이 높은 중견기업인들에게는 정부 포상을 한다. 올해는 ‘중견기업 성장탑’도 신설했다. 중견기업&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네트워킹 데이, 중견기업 혁신 국제 콘퍼런스 등도 함께 열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