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아르헨 새 대통령 취임식에 각료 보낼 듯

취임식 불참 17년만에 처음…아르헨티나 당선인은 '룰라 석방' 거듭 촉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각료를 대신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는 12월 10일 열리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오스마르 테하 시민권부 장관을 정부 대표로 보낼 예정이다.

애초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테하 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에두아르두 두알데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두알데 전 대통령은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 사임으로 의회에 의해 새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이후에는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일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기자들에게 페르난데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좌파 인사인 페르난데스 당선인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르난데스 후보가 승리하자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악담을 했으며 페르난데스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도 하지 않았다.
한편,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석방을 거듭 촉구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심기를 또다시 건드렸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립대학 연설을 통해 남미 국가들에서 사법 시스템에 의해 정치 지도자들이 박해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학자이기도 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룰라 전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을 사법 시스템에 의해 정치적 박해를 받는 지도자로 꼽았다.

이어 그는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했기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라면서 "한때 브라질 국민의 절반이 중산층이었지만, 지금은 브라질이 그런 장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빈곤퇴치를 위해 과거 룰라 정부의 기아 퇴치 프로그램인 '포미 제루'를 본뜬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 7월에는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을 찾아가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에는 '룰라 석방'을 촉구하며 연대를 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