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의 물꼬 텄지만…黃, 당 안팎 반발 넘어 범보수 안을까

"리더십 위기 돌파용 아니냐" 당내 불만 기류 감지
"계파색 없는 혁신 인사 필요" 지적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보수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유승민 대표가 "보수 재건의 3원칙이 지켜진다면 진정성 있게 대화에 임하겠다"며 화답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보수진영이 분열된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보수 통합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통합 공론화'가 아닌 '보수통합 실현'이 황 대표가 당면한 과제라는 점에서 황 대표의 리더십이 비로소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그 성패 여부에 따라 황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운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황 대표의 '보수 빅텐트' 구상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그 대상도 포괄적이어서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이다.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은 황 대표의 기자회견 당일 논평을 내고 "황 대표의 대통합은 '퇴행적인 양극단의 대결 정치'에 시동을 걸기 위한 추임새에 불과하다"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또한 우리공화당은 서면 논평을 통해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했다.

즉 바른미래당 변혁을 제외한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세력 대부분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보수 빅텐트'가 가능한지에 관심이 쏠린다.총선기획단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시작해서 관점 자체가 다른 정당"이라며 "다 같이 통합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의 의석수는 2석이지만, 지지기반이 한국당의 전통적인 터전이어서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다.

결국 이들을 중재하는 것은 '보수 대통합'을 지향하는 황 대표가 풀어야 할 첫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통합에 대한 물밑작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이 이야기하는 '탄핵의 강'을 어떻게 건널지, 통합논의기구 간판을 누구로 세울 것인지도 과제"라며 "이런 작업이 얼마나 정교하게 잘되어있는지 불안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잠잠한 당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통합 논의 과정에서 반발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 3선 의원은 "통합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목표 발표가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이 있었을 텐데 그런 정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 등 앞서 불거진 '리더십 위기' 때문에 급히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선기획단 구성 등 최근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통합에 대한 절실함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며 "얼마나 깊은 성찰을 하느냐, 얼마나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4선인 신상진 의원은 "영남 중심의 황 대표 측근 참모들이 수도권 등 다른 곳의 민심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계파색을 띄지 않은, 민심을 잘 읽는 혁신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변혁 내에서도 국민의당 안철수계 의원들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황 대표 앞에 놓인 걸림돌이다.

황 대표는 일단 바로 당내 통합협의기구를 설치하고 실무팀에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선정하는 등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박맹우 사무총장은 "황 대표가 제안한 보수우파 대통합 제안 중 통합기구부터 가능한 한 빨리 구성하겠다"며 "홍철호·이양수 의원은 우선 내정한 사전 준비 실무팀으로, 보수통합 상태 측에서도 실무팀이 정해지면 바로 실무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