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를 단순히 富의 대물림으로 보는게 아쉽다"

장수기업 희망포럼 강릉서 개최

기업승계 가로막는 원인으로
'막대한 세부담' 1순위 꼽아
후계자 교육 부재·정책 부족順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은행과 함께 7일 강원 강릉시 씨마크호텔에서 ‘2019 장수기업 희망포럼’을 개최했다. 중소기업 창업자와 2세 경영인 120여 명이 전통한옥(호안재)을 배경으로 신뢰와 사랑을 의미하는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창업주의 경영철학, 기술 등 기업가 정신을 계승해 기업의 지속발전을 추구하는 건 후대의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기업은행이 주관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2019 장수기업 희망포럼’ 참석자들은 기업승계의 순기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기업승계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7일부터 이틀간 강원 강릉시 씨마크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소통과 화합! 백년 장수기업을 꿈꾸다’를 주제로 기업 승계 1·2세대 기업인 간 소통의 장으로 꾸며졌다.“사전증여도 상속공제만큼 확대해야”

참가자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승계 설문조사에서 ‘기업을 승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 계승을 통한 기업의 지속발전 추구’라는 응답이 52.3%로 절반을 웃돌았다.

‘평생 일궈온 경제적 가치의 대물림’(27.3%), ‘선대로부터 이어 온 가업 유지에 대한 의무감’(15.9%) 등이 뒤를 이었다. ‘평생 일궈온 경제적 가치’는 거래처나 직원 등 회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회사의 포괄적 자원을 의미한다고 중기중앙회는 설명했다.기업승계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막대한 조세 부담’이 50%로 가장 많았다.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교육 부재’와 ‘가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이 각각 13.6%로 그다음을 이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피상속인(1세대) 상속 전 10년 동안 상장 법인은 최대 주주 지분 30% 이상, 비상장 법인은 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유치와 성장 차원에서 지분 요건 완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3.2%가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또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 동안 근로자 수를 평균 100% 유지하고 매년 평균 80%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근로자 수 유지 요건에 대해 97.7%는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업상속 재산의 10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한 사전증여(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사후상속 혜택을 담은 ‘가업상속공제’(최대 500억원)보다 지원한도가 작아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사전증여 확대’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88.6%는 ‘가업상속공제만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9.1%였다.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업승계 과정이 창업이나 위기 극복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라는 중소기업인이 많다”며 “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획적 승계를 위한 사전증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 2세대도 기업가 정신 길러야

기조 강연자로 나선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창업 1세대는 헝그리 정신으로 회사를 일궜다면 2세대는 4차 산업혁명,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행복 추구, 글로벌 경쟁 등 시대 정신에 맞는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혁신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고정관념과 타협에서 벗어나고 절실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기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속도와 혁신의 가치를 키우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2세의 가업승계와 관련, “회사를 더 잘 키우고 더 큰 리스크를 극복할 자신이 있으면 (가업을) 승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주문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는 새로운 ‘RETRO(복고) 열풍’을 주제로 강의했다. 김 대표는 3대째 이어오면서 반찬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베이커리형 어묵으로 차별화한 삼진어묵, 브랜드 리빌딩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태극당 등 성공적인 기업승계 사례를 소개했다.

강릉=김진수/서기열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