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저지른 가맹점과도 계약해지 말라는 공정위

공정위 가맹사업법 개정에 반발
프랜차이즈 업계 "한 점포 탓에
수천여 명의 가맹점주만 피해"
지난 8월 A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성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렸다. 네티즌은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다른 가맹점도 큰 피해를 봤다. A가맹본사는 문제를 일으킨 점주와 가맹 계약을 즉시 해지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해도 본사가 가맹 계약을 바로 해지할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약을 즉시 해지하지 못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는 △공중의 건강이나 안전상 급박한 위해 염려 행위 △허위 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 정보 유출 행위 등 즉시 해지 사유를 규정한 기존 가맹사업법 시행령 15조의 주요 내용을 삭제했다.

공정위는 기존 시행령이 가맹본부가 자의적 해석을 할 여지가 많다며 “즉시 해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 위반에 대한 확인과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계약을 유지하라는 요구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외식업 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온 국민의 위생을 위협할 치명적인 사안이 발생하거나 프랜차이즈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의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해지할 방법이 원천 차단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법원 판결이 나는 데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고 그사이 다른 가맹점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도 없다는 얘기다.이 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맹점이 본사의 허락 없이 행동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질 낮은 치즈를 사용해 이를 경험한 소비자가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가맹점들도 피해를 본다. 동일한 품질과 맛이라는 기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해도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

지금은 대부분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가맹 계약을 맺으며 해지 사유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같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해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이를 어기는 가맹점에 대해 본사는 보통 두세 차례의 경고 조치를 취한다. 이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즉시 계약을 해지한다. ‘삼진아웃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에 즉시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고, ‘갑질 이슈’가 사회적 문제가 된 이후 다수의 본사가 자율규약을 마련해 상생 구조를 짜왔다”며 “한 점포의 횡포가 곧 수천 명 가맹점주의 재산상 피해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식품안전에 관한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의 한 도시락 프랜차이즈 점주는 “한 점포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하면 곧장 브랜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세상”이라며 “문제가 생긴 가맹점이 있을 때 다른 가맹점주가 본사에 제보해 시정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매번 법정으로 가라는 얘기냐”고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