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 폐지' 밀어붙이기 앞서 공교육 정상화 방안 내놔야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없애 ‘고등학교 완전 평준화’를 밀어붙이겠다고 나섰다. 특목고 중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만 남긴 채 2025년부터 전부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명분은 ‘고교 서열화 해소’와 ‘입시 공정성 확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이 입시 불공정 문제로 비약되면서 자사고 등의 폐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9월 정부·여당의 협의 때 자사고 등의 일괄 폐지안이 논의되더니, 지난달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장관회의에서 곧바로 2025년 폐지로 공식화됐다.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이 이런 동기로, 이렇게 성급히 결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독립적 정부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국정과제로 정해놓고도 2년 반 동안 이 약속은 지지부진이다.한국에서 대학입시가 과열 양상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서 정시와 수시 모집비율 조정까지 논의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입시는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존중하면서 제도 내의 부정과 불공정을 막는 게 중요하다. 더구나 고교 과정을 대입의 부속수단쯤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학과 학습과 신체 발육, 취미·특기 배양과 봉사 체험 등의 중·고교 과정은 그 자체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초학력 미달자만 늘어나는 부실한 공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깊은 반성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2년 반 남은 정부가 6년 뒤 다음 정부에서나 시행될 수 있는 고교 평준화에 ‘대못’을 박으려들면서 일선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 혼란이 커지게 됐다. 해당 학교들은 벌써 헌법소원을 준비한다니 교육계에 큰 갈등과제를 정부가 던진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월성·엘리트 교육을 부정하고, ‘차별대우’와 ‘자연스런 격차’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학생의 권리는 헌법(31조)이 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