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야당 지도자 귀국 좌절…훈센 총리, 철벽 방어

캄보디아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으로 불리는 훈센 총리 퇴진을 위해 캄보디아 독립 기념일(11월 9일)에 귀국하겠다고 공언한 야당 지도자의 시도가 일단 좌절됐다.

훈센 총리의 철벽 방어에 동남아시아 인접국들이 협조한 탓이다. 8일 일간 크메르 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2015년 말부터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는 지난 7일 파리에서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거부됐다.

랭시 전 대표는 캄보디아 정부가 하늘길을 통한 자신의 입국을 막자 태국을 경유한 뒤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지난 6일 태국과 캄보디아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아세안에 대한 약속에 따라 우리는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정부 인사가 태국을 활동무대로 쓰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훈센 총리는 "랭시 전 대표와 동조자들의 입국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웃 국가들에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도 최근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던 무 속후아 전 CNRP 부대표와 야권 인사 2명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하루 이상 억류했다가 석방했다.

캄보디아 안에서도 랭시 전 대표의 입국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랭시 전 대표의 귀국을 쿠데타 음모로 규정하고 최근 태국으로 연결되는 주요 국경 지역에 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실사격 훈련을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비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또 국가 전복 모의 혐의로 최소 60명 이상의 야권 인사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RP는 캄보디아 국회의원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제1야당이었지만 2017년 11월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됐다.

이에 따라 8개월 뒤인 지난해 7월 치러진 총선에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국민당(CPP)이 125석을 싹쓸이해 30년 이상 권좌를 지켜온 훈센 총리의 집권이 5년 연장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