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여야 대표 4개월만에 회동…꽉 막힌 정국 풀릴까

허심탄회한 대화 오갈듯 …패스트트랙 등 국정현안 논의 여부 주목
與 "조문 답례 차원" 확대해석 경계…한국당 "정책기조 전환 요구할 것"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오는 10일 청와대 만찬 회동이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마련한 이번 청와대 만찬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지난 7월 18일 이후 약 4개월 만으로, 이번 만찬은 특별한 주제나 배석자 없이 '편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8일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한 이후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는 첫 자리인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만났지만, 시간이 짧아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만찬은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다.

회동을 오찬이 아닌 만찬으로 한 것도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조국 사태'를 거치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검찰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회동 결과에 연말 정국, 나아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정국의 향배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12월 중 여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여기에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기약 없이 미뤄지는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의 견해차는 극명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여부, 남북관계, 경제성장 둔화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이번 회동에서 정국의 변곡점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 모두 이번 만찬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라 대화가 겉돌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청와대 설명과 마찬가지로 이번 만찬에 대한 '정무적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특정 주제를 토론하거나 사전에 조율하는 성격의 자리는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형식에 관계없이 비공개로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 만찬에서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의 경제·안보 정책 등 국정 운영 노선 전환, '조국 사태'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고 공수처 설치 반대 입장 등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굳이 피할 생각은 없고 만나는 것은 마다하지 않아 대통령 초청에 응했다"며 "황 대표는 국정 운영 노선과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주장하는 공수처 설치 등은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크게 기대할 만한 것은 없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와 안보에 대한 철학을 바꾸고 기업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부총리로 임명하라는 이야기를 전에도 했지만 이번에도 할 것"이라며 "외교와 안보 등에 대해 원로들의 조언을 들어보라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측 관계자는 "정국 정상화를 도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심 대표는 선거제 개혁안 등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모친상 위로의 말이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통합'과 '권력 분산'이 지금껏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있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며 "여야가 지나치게 평행선을 달려선 안 되니 공통분모를 잘 찾자고 하겠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