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후원자와 BJ간 갈등…뉴미디어에 익숙한 2030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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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BJ들의 구설수…2030이 바라본 '큰 손' 후원자최근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 BJ 엘린(본명 김민영)으로부터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는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엘린은 개인 방송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에 나섰다.
"덕질은 덕질로 끝나야…BJ는 수익 위한 콘텐츠 제공자"
전문가들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폭력…BJ, 직업일 뿐"
'로맨스 스캠'이란 상대방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을 의미한다. 같은 유형은 아니지만 금전적 문제가 연계된 BJ와 후원자 간의 논란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BJ핵찌는 지난 7월 1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심지어 돈세탁 의혹과 포털 검색어에 오르기 위한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지난 8월에는 BJ 양팡에게 3000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남성이 열혈팬들에게 주어지는 소원권을 사용하려 했으나 양팡이 이를 거절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양팡은 해당 남성에게 후원금 전액을 돌려줬다.금전적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BJ들이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1인 크리에이터 문화를 가장 자주 마주하고 있는 2030세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BJ도 직업일 뿐…다른 의도로 접근하는 것 옹호할 수 없어"
인터넷 1인 크리에이터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BJ라는 직업 자체가 수익을 노리고 활동을 하는 만큼 그들의 계산적인 행동은 당연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BJ들을 도덕적으로는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무언가 의도를 갖고 후원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특히 1인 크리에이터를 콘텐츠 생산자, 수익 창출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잘못됐다는 평가다.
대학원생 강 모(31) 씨는 "크리에이터 혹은 BJ도 결국엔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일 뿐"이라며 "내 눈에도 이상형인 BJ가 있지만 과도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후원도 선을 그어서 적당히 하는 이유 하나다. 콘텐츠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 모(34·여) 씨는 "나도 나이가 많다면 많지만 아직도 아이돌 덕질을 한다"며 "부모님한테 욕먹을 정도로 돈을 많이 쓰지만 무언가 바라면서 덕질을 하지 않는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후원자들은 잘못된 덕질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미디어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추 모(27) 씨는 "우리 세대가 뉴미디어에 너무 무감각한 면이 있다"면서 "과거 TV로 보던 이들이 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옮겨 왔을 뿐인데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는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 모(24·여) 씨는 "자의에 의해 후원을 했으면서 그 대가로 혼자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문제 아닌가"라며 "의도적으로 돈을 얻어내려는 BJ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BJ를 콘텐츠 제공자가 아닌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바라봤다.
◆전문가들 "또 다른 사이버폭력의 유형…개선책 마련 시급"
사이버 성범죄 전문가들은 BJ와 후원자 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새로운 유형의 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 사업을 위한 단순 콘텐츠 제작자인 BJ에게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유형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BJ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전적 거래와 결부돼 모든 이슈가 사건처럼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원자 입장에서 억울하다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BJ와 후원자는 종속관계가 아니다"라며 "BJ가 직업으로서 후원자들을 대하듯 후원자들은 BJ를 하나의 콘텐츠 제공자로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BJ에게 남성이든 누구든 후원을 하는 것이 개인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해당 BJ와의 무언가 특별한 관계를 상정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밝혔다.아울러 "후원자와 직업일 뿐인 BJ 간의 관계를 이상하게 몰아가는, 채팅 같은 주변 환경도 문제"라며 "일일이 규제를 한다고 모든 것이 옳지는 않지만 뉴미디어 분야에서 최소한의 인식전환을 이끌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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