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공론화 단식농성하는데 심의할 제주도의원들 국외출장

도의회 운영위 일부 의원 등 3일부터 국외출장, 결정 15일까지 미뤄져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도민 대상 제2공항 공론화 여부 결정을 미루고 국외로 출장을 가 공론화 문제로 단식농성까지 나선 시민사회단체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8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김경학·김장영·송영훈·강성민 의원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8박 9일 일정으로 국외출장을 갔다.

'청년 일자리 및 스타트업 관련 선진사례 조사'를 명목으로 중국과 태국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도의회 이경용·오영희·한영진 의원도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간 '중국 귤피 산업화 성공사례 조사'를 위해 중국에 출장을 갈 예정이다.이번에 국외출장 일정이 있는 의원 중 김경학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과 김장영, 이경용, 오영희 의원은 제2공항 공론화 결의안을 심사하는 의회운영위 소속이다.

도의회 의회운영위는 지난달 31일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해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하 공론화 결의안)과 그 정 반대 내용인 '제주도의회 공론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청원의 건'(이하 공론화 반대청원)에 대해 심사 보류를 했다.

공론화 결의안을 발의하고 지난달 31일 의회운영위의 심사 보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김태석 도의회 의장도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 방문차 출장 중이다.심사 보류는 해당 상임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미뤄 나중에 심의하겠다는 의미다.

도의회 주변에서는 의회운영위가 공론화 결의안과 공론화 반대 청원을 심사 보류 결정한 배경에 정치적 부담이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히 갈리고 있고 도정이 공론화에 대해 반대를 선언한 마당에 공론화 결의안 통과나 부결 등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양쪽 모두 도의회에 부담이 되리라는 것이다.또 의회운영위 내부도 공론화 결의안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론화 결의안을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은 서둘러 도의회가 결정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 시일 내에 의회가 공론화 결의안을 통과해 도민 공론화 지원 특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서울 광화문에서 공론화 결의안 결정을 촉구하며 지난 1일부터 단식하고 있어 시간을 끌수록 건강이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서두르고 있어 고시 즈음까지 공론화 결의안 결정이 늦어진다면 공론화 결의안을 논의하는 그 자체의 의미도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도의회도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정례회가 열리는 15일 이전에 임시회를 별도로 열어 공론화 결의안에 대해 좀 더 이른 시일에 심의를 해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도의회 의장과 상임위 위원장의 출장으로 심의 시일을 앞당기는 것은 물 건너갔다.

비상도민회의 관계자는 "국외 출장 이유야 어떻든지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실장이 공론화 결의안 등을 요구하며 추위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까지 나선 상황에서 결정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다만 이번 도의원들의 국외 출장은 운영위원회의 심사 보류 결정 이전인 지난달 29일 결정돼 미리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