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배가본드'로 제2 전성기 맞은 배우 강경헌 "제 악역 연기 '불청' 멤버들도 낯설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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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추락사고 가담한 '악녀' 오상미 역할 맡아“‘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의 강경헌 맞아?”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 출연 중인 배우 강경헌(44·사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예능 프로그램 ‘불청’의 언니·오빠들 앞에서 늘 밝게 웃는 그가 뜻밖의 ‘악역’ 연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강경헌이 맡은 역할은 극중 추락한 민항 여객기 부기장 김우기(장혁진 분)의 부인 오상미 역. 250억원을 들인 대작에서 숨기고 있던 ‘악녀 본성’을 드러내며 열연 중인 23년차 배우 강경헌을 만났다.
데뷔 23년차…한때 대중에게 존재감 잊혀지기도
"연기하는 것 자체가 감사…좋은 배우로 기억되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 반전이 있습니다. 오상미도 마찬가지고요. 착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헷갈리게 해야 했어요. 나 자신 역시 어디까지 들켜도 되는지 몰라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죠. 철저한 계산이 필요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극중 오상미는 사망보험금 50억원을 받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여객기 추락 사고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더욱 악랄해졌다. 남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하이킥도 날렸다. 무기 로비스트 제시카 리(문정희 분)와 격렬한 몸싸움도 벌였다. 표정엔 교활함과 잔인함이 번득였다. 강경헌은 “들통난 뒤엔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불청’의 강경헌과 ‘배가본드’의 오상미가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지인들도 낯설다고 하더군요. ‘나와 캐릭터가 혼동되지 않아서 몰입하기 쉽겠구나’ 하면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죠.”
그도 그럴 것이 ‘불청’에서의 강경헌은 밝고 쾌활하다. ‘악역’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렵다. ‘불청’ 멤버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강경헌은 “처음부터 배우가 아니라 인간 강경헌으로 생각하고 지냈기 때문에 연기하는 모습이 낯설었던 것 같다”며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이제야 안 듯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강경헌은 지난해 5월 ‘불청’에 처음 출연했을 때부터 화제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였다. 그는 “방송 다음날 밤까지 1위에 올랐었다”며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했다.
1996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로 데뷔한 강경헌은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초반에는 남다른 미모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점차 존재감이 약해졌다. 드라마 출연 작품들의 성적이 부진하거나 캐릭터 비중이 약해졌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갈 때쯤 출연한 게 ‘불청’이었다. 그는 “‘불청’에 처음 출연한 이후 밖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라며 격하게 표현해줘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강경헌은 실패와 좌절의 쓴맛을 경험한 뒤 다시 날개를 폈다. 그래서일까. 연기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체력이 닿는 한 끝까지 연기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그때 그런 배우가 있었지. 참 좋은 배우였어’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