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우즈의 부활 보고 큰 희망 얻었죠"

"우즈가 마스터스 우승 때
내 일같아 펑펑 울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최나연은 “모처럼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해 떨리면서도 설렌다”고 말했다. 최나연이 KLPGA투어 대회에서 뛰는 건 2017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조희찬 기자
최나연(32)과 타이거 우즈(44·미국)는 공통점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도 정상을 밟았다는 점이다. 전성기 시절 우즈의 스윙은 무릎에, 최나연의 스윙은 허리에 무리를 줬다. ‘지금 스윙을 유지하면 언젠간 허리 부상을 당한다’는 주변의 저주 같은 우려가 항상 그를 괴롭혔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우승했을 때 최나연은 자기일 마냥 펑펑 울었다고 했다. 지난 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만난 최나연은 “우즈는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었을 텐데 이를 이겨내고 완벽히 재기해 고마우면서도 눈물이 났다”며 “우즈를 보고 많은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승에 빛나는 그는 우정힐스에서 8일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고국에 왔다. 국내 투어 출전은 2017년 11월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이후 꼭 2년 만이다.최나연은 짐을 들고 있지 않던 왼손을 습관처럼 허리에 올렸다. 허리 상태를 묻자 다행히 “올해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다”며 “한때는 허리 통증 때문에 스윙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개 대회를 뛰고 LPGA투어 사무국에 병가를 냈을 정도로 허리가 좋지 않았다. 스윙 때 ‘찌릿’ 하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드라이버 입스의 시작이었다. 최나연은 “2015년부터 서서히 아프더니 작년엔 스윙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며 “성적도 안 나오고 이럴 바엔 푹 쉬자고 해서 병가를 냈다”고 했다.

그는 쉬는 동안 홀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골프채는 거의 만지지도 않았다.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고, 이 덕분에 스윙도 고쳤다. 허리에 부담을 주던 기존 스윙을 버리고 간소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말로 채워지는 것 같아 포기했던 ‘골프 일기’도 최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드라이버 입스는 이제 거의 고쳐진 단계예요. 비거리는 캐리로 한 230야드 정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70~80% 힘으로 쳐도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죠. 이젠 정확성으로 승부를 볼 때니까요.”우즈처럼 최나연도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일단은 희망을 봤다. 그는 시즌 중반까진 연거푸 커트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최근 3개 대회에선 공동 24위-공동 28위-공동 19위로 성적이 확 뛰어올랐다. 7월엔 공동 3위도 한 번 기록했다. 내년에도 대다수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내년 1월부터 열심히 뛸 계획”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ADT캡스 대회는 그가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회다. 국내에서 뛸 때도 자주 출전했던 대회라 익숙하지만 우정힐스에선 처음 열리는 여자대회라 코스가 낯설다.

“여전히 골프 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편한 걸 보면, 전 그냥 선천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열정만큼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요.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2년 만의 한국 팬들 앞에 서는 만큼 쉽지 않겠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천안=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