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세진' 환경부…경제부처·지자체와 곳곳서 충돌

물 관리·온실가스 감축 등
업무 일원화로 주무부처 돼
인력·예산 덩달아 증가
환경부는 굵직한 개발 사업에 잇따라 딴지를 걸면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관가에선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맞춰 환경부의 ‘파워’가 전례 없이 커진 점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문에서 환경부에 “2009년 소형공항 건설 검토용역이 시작된 흑산공항이 환경문제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부처 간 조율되지 않는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흑산공항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지사 시절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흑산도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선박의 연간 결항률이 11.4%(연 52일)에 달한다. 국토부는 2011년 낙도지역 주민들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긴급상황 발생 시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1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였지만 국립공원을 보호해야 하는 환경부 입장과 부딪치면서 사업이 표류 중이다. 여당 의원조차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을 정도다.

강원 지역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여러 차례 ‘환경부 규탄 시위’가 열렸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소득형 산촌주택 조성사업 등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환경부의 반대로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화전(火田)으로 황폐된 화천 산간지역에 국내 최초의 6차산업단지(농업+서비스업)를 조성하겠다는 강원도의 ‘소득형 산촌주택 조성 사업’도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올해 8월 부동의 결정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다.환경부의 태도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점도 주민들의 반발을 키웠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10년 환경부가 내륙형 케이블카 정부 시범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지만 올해 9월 환경훼손 우려 등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마찰도 빈번하다. 강원 횡성군 등에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지역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반면 환경부는 취수원 보호를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4대강 보 해체를 두고는 환경부가 지방 시의회와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올해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4대강 16개 보 중에서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 금강 공주보는 일부 해체가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보 인근 주민들은 가뭄·농가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공주·나주에 이어 세종시의회 역시 최근 “주민의견을 고려해 보 해체를 유보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서금택 세종시의회 의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 같은 세종시 의견을 환경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환경부를 만류할 정도로 환경부의 입김이 세진 것은 이번 정부 들어 환경부 정원과 업무 범위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환경부 정원은 2016년 1889명에서 2019년 2362명으로 3년 새 25% 늘었다. 이번 정부 들어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수자원정책의 주무부처가 됐다. 국토부 업무와 인력이 고스란히 환경부로 넘어왔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4대강 홍수통제소 인력 188명을 넘겨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등이 맡았던 온실가스 감축 관련 업무도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