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고사'도 몰랐던 유은혜, 외고·자사고 폐지 입시 개편 '우려' 급증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연합뉴스
교육부에서 대입 정시 확대부터 외고와 자사고 일괄 폐지등 급격한 입시제도 변화를 예고하면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 전부터 지적됐던 전문성 부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7일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를 6년 후인 2025년 모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안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한다는 계획이다.외고는 1974년 정부의 평준화 정책 보완을 위해 1992년, 국제고는 1998년, 자사고는 2001년부터 도입됐다. 일괄 전환 대상 학교는 외고 30개교와 국제고 7개교, 자사고 38개교 등 모두 75개교다.

지난 8월까지만해도 재지정 평가를 통해 단계적 전환을 고수했던 교육부가 갑자기 일괄 폐지로 전환 방식을 번복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은혜 장관 자질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

유은혜 장관은 지난해 8월 30일 후보자로 지명돼 10월 2일 임명됐다. 당시 유은혜 장관 임명을 우려하고 반대했던 측은 교육 전문성 부족을 문제삼았다. 유 장관의 교육 관련 경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6년 가량 활동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 더욱이 6년의 활동 기간 동안 교육 이슈보다 교내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념 편향 우려도 보였다.

당시 유 장관은 "교문위에서 6년간 활동하며 간사도 맡았고, 교육 현장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정책대안을 만들어 토론했다"며 "(그런데도) 현장을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현장을 안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또 "부모라면 누구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전문가라고 하는 기준은 누가 정해놓은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월에도 유 장관은 우수교육정책 현장 방문차 경기도 광명시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가 "적성고사라는 대입제도가 폐지되는데, 그 이유를 알려달라"는 한 고등학생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곤혹을 치렀다. 당시 유 장관은 "적성고사? 적성고사가 학생부종합전형에 특기자가 자기 특성을 살려야 하는 것을 말하는 거냐"고 되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성고사는 2003년 한양대를 시작으로 폐지 수순을 밟은 2015년 전까지 많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서 실시했던 대학별고사 중 하나다. 내신과 수능 등급이 다소 낮은 학생들이라도 시험을 잘보면 성적보다 상위권 대학의 합격이 가능해 학생들에겐 '기회의 전형'이라고 꼽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대입 간소화 정책으로 2015학년도부터 실시 대학에 불이익이 주는 방향으로 자율적 폐지를 유도했고, 7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완전히 사라진다. 교육부는 외고와 자사고 일괄 폐지 발표에 앞서 정시 확대 계획을 밝혔다. 유은혜 장관은 이전까지 "정시 확대는 없다"던 입장을 고수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발언을 한 후 "국민의 뜻을 존중해 정시 수능 위주 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교육계에선 고교서열화 해소와 정시 확대가 공존하기 힘든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외고와 자사고에서는 1∼2학년 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다가 3학년이 되면 수능 대비에 들어가는데 일반고는 3학년 때도 학종만 준비하고 수능에는 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양쪽의 수능 준비 정도가 상당히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정책 방향을 보면 외고와 자사고 진학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능 준비가 용이하다고 인증된 학교들을 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교육 철학 없이 정무적인 판단을 하면서 전체 교육 정책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