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사원분쟁' 힌두교 승리…무슬림과 충돌 우려

"토지 2대1 분할판결 잘못…이슬람교는 대체지 받을 것"
1992년 충돌로 2천여명 사망…뉴델리·아요디아 경찰 배치

인도 대법원이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아요디아 사원 분쟁'에서 힌두교의 승리를 선언해 유혈 충돌 재발 우려가 커졌다.
9일 인도 대법원은 "아요디아 사원 부지는 본래 힌두교 소유"라며 "부지 2.77에이커(1만1천㎡) 전체를 힌두교 측에 주고, 이슬람교 측은 모스크를 짓기 위한 5에이커(2만㎡)의 대체부지를 받을 것"이라고 판결했다.

2010년 고등법원은 소송 대상 부지를 힌두교와 이슬람 단체 간에 2대 1로 나누라고 판결했는데, 이러한 분할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은 대법관 5명이 만장일치로 선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시는 인도 종교 갈등의 진원지로 꼽힌다.

힌두교는 이곳이 라마(비슈누신의 7번째 화신)의 탄생 성지이며 본래 사원이 있었는데 16세기 초 무굴제국 초대 황제 바부르가 그 자리에 '바브리 이슬람사원'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라마는 인도에서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대표하며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 중 하나다. 힌두교는 이곳에 라마 사원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슬람교는 라마 탄생지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맞서왔다.
1992년 과격 힌두교도들이 바브리 모스크를 파괴하면서 양측 유혈 충돌이 벌어져 2천여명이 숨졌다.

양측은 2002년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고법이 완전히 이긴 쪽도 진 쪽도 없는 판결을 내리자 양 진영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고고학 조사 결과 바보리 사원 구조물 아래에 힌두교 사원 유적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힌두교 사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해당 부지를 신탁에 넘길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선고된 뒤 무력 충돌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인도 경찰은 전국의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뉴델리의 대법원 주변과 아요디아시에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또, SNS에 충돌을 선동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 등 50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판결 선고 후 대규모 충돌에 대비해 임시 구치소로 쓸 학교 여러 곳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앞서 트위터에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누군가의 승리나 패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고가 인도의 평화와 단결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