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탓에 실적 크게 악화된 日 불화수소 업체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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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중견 화학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지난 8일 올 상반기(4~9월)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줄어든 171억4000만엔(약 181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3.9% 감소한 9억9600만엔(약 1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일본 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은 더욱 처참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74억600만엔(약 783억원)으로 전년 동기(93억2300만엔) 대비 19.98%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1억4800만엔(약 15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900만엔)의 11.47%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1년만에 영업이익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이 회사는 계절적으로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보여 왔는데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친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텔라케미파의 주력인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출이 일본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 강화로 막히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화학제품 원재료가격 하락으로 수출규제의 충격을 다소 줄였지만 수출길이 막힌 손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때마침 한국으로 수출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마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이외로의 수출도 부진했다는 설명입니다.

과거사와 관련한 외교적 이슈를 양국 경제계를 볼모로 삼아 수출규제 공세를 취한 일본 정부 탓에 멀쩡했던 일본의 화학업체가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은 모습입니다. 후진적인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은 일본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록 스텔라케미파가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화학회사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1916년 창업 이래 100년 넘게 불화수소 분야 한 우물을 판 대표적인 전문업체입니다.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해서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감행했을지 모릅니다만 이번에 드러나 이 회사의 갑작스런 실적악화는 앞으로 일본 정치가 경제계에 타격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