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추방' 놓고 논란 지속…정부 "근거없는 의혹제기 유감"

김진태 "그들은 터미네이터인가"…정부,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
정부가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남측 해상으로 도피했던 북한 주민 2명을 다시 북한으로 추방하며 이번 사건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특히 일부 정치인 등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여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성명에서 "2명(실제로는 3명)이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들이 무슨 터미네이터인가"라고 반문하며 조사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좁은 배 안에서 3명이 총기도 사용하지 않고 다른 16명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설명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김 의원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배는 국정원 요청으로 깨끗이 소독했다고 한다"며 '증거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탈북 범죄자들의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그들의 귀순 요청 이래 닷새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민은 아는 바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심지어 국방장관 또한 '보고'가 아닌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것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러나 이런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선박의 길이가 비록 15m(17t급) 길이에 불과하지만, 아래쪽의 휴식공간과 조업공간이 분리돼있어 '16명 순차 살인'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추정한다.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방된 북한 주민 A, B씨는 동료 선원들과 함께 지난 8월 중순 러시아 해역 등을 돌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또 다른 동료 C씨와 공모해 흉기와 둔기로 선장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했다.이들은 취침 중이던 선원들을 '근무 교대를 해야 한다'며 40분 간격으로 2명씩 불러내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정부는 또 '선박 소독 조치'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절차 등에 따른 것으로, 지난 5월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일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북한어선 검역 조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2일 국정원의 요청을 받고 북한 주민 2명과 선박에 대해 소독했다.

이 선박에서는 쌀 95㎏, 마른오징어(40㎏ 포대 40여 개)와 옥수숫가루(10㎏)가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 선박 등에 대해 별도의 포렌식 작업을 벌이지 않은 데 대해선 북한의 향후 자체 수사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언론이 국정원과 통일부가 추방 관련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안보실이 주도해 '강제북송'을 결정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선 통일부 측은 "관계부처 협의의 틀은 항상 존재하며 여기에는 당연히 안보실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추방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 오해와 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한편, 정부는 "금번 예외적인 추방조치와 정상적 귀순 과정에서의 범죄 상황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북한 주민에 대한 '전원수용' 방침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