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비어슈타트 '가을 숲'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가을의 끝자락에 자연을 곱게 물들인 단풍이 한창이다. 산들은 붉은빛으로 울긋불긋한 자태를 뽐내고, 은빛을 담은 억새 물결이 일렁인다. 강변에선 줄지어 선 나무가 오색 터널을 만들고, 나무에 매달린 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하늘을 가린 숲, 하늘과 맞닿은 산마루, 여울이 반짝이는 물가에 깔린 단풍길이 시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독일 출신인 미국 낭만주의 화가 앨버트 비어슈타트(1830~1902)는 이런 늦가을 정취를 진솔하게 포착한 걸작을 남겼다. 1886년 완성한 ‘가을 숲’이다. 허드슨 강변 곳곳에 번지는 알록달록한 단풍을 스냅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비어슈타트는 1859년 서부지역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떠나는 탐험대에 합류해 미술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꼬박 3년을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요세미티 계곡과 로키산맥, 허드슨강 등 경이로운 대자연을 스케치한 풍경들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듬해 서부 풍경화 전시회를 열어 화단의 큰 주목을 받았고, 단번에 미국 허드슨 리버 화파의 스타로 떠올랐다. 콜로라도주는 비어슈타트를 기념하기 위해 산 하나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미국 서부를 바라보고 있는 비어슈타트산이 바로 그것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