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동산 불안땐 '분상제' 추가 지정…내년 구조개혁에 초점"

노동시장·산업·공공기관·규제 등 4大 구조개혁에 중점

내년 2.2~2.3% 이상 성장 목표
경제활력 되찾을 과제 발굴
잠재성장률 자체 업그레이드
경제 성과 브리핑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경제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내년 경제성장률이 2.2~2.3% 넘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조개혁을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노동시장 개혁·규제 완화→민간 투자 확대→성장률 제고’로 이어지는 성장 메커니즘을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시장이 불안을 보일 경우 세제·금융상의 대책, 분양가 상한제 추가 적용 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년 핵심 정책은 구조개혁”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네 가지 얘깃거리를 들고 왔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것을 계기로 마련한 간담회인 만큼 배포 자료의 ①번(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대한 소회·평가)과 ②번(문재인 정부 전반기 경제운영 성과 및 향후 과제)은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자화자찬성 내용이었다. ③번(재정적자에 대한 입장) 역시 “우리 재정은 탄탄하다. 지금은 확장 재정이 필요할 때”란 기존 설명을 한 번 더 되풀이하는 정도에 그쳤다.

홍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힘을 준 건 ④번(경제정책방향 준비 및 방향) 주제였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2.2~2.3%)보다 높게 나올 수 있도록 정책 의지를 담아 경제활력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 자체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해법으로 구조개혁을 내놨다. 구체적인 대상으로 △노동시장 △산업 △공공기관 △규제 등을 꼽았다.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제2의 반도체가 나올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 민간 투자와 민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말뿐인 개혁’이 되지 않도록 “실천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말도 곁들였다.홍 부총리는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부동산시장 안정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최소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고려해 결정했다”며 “국토교통부는 강력한 시행을 원했지만 건설투자 침체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해 적용 지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부동산 거래 조사, 세제금융 대책, 분양가 상한제 추가 적용 등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건설 프로젝트는 지역 건설업체들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역 도급 의무제’를 일정 부분 의무화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마이너스 가능성

홍 부총리는 ‘방만 재정’ 비판을 해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내년 예산안(513조5000억원)을 올해보다 9.3% 늘린 데 대해 “재정의 역할과 재정건전성을 양손에 놓고 같이 고려했는데 (민간 투자가 미약한) 이 시점에는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2015년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국세수입이 세입예산액(294조8000억원)보다 1%(약 3조원) 정도 덜 걷힐 가능성이 생겨서다.그는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데다 통일에도 대비하려면 재정건전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대 중반까지 간 이후에도 급격하게 나랏빚이 증가한다면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내년 39.8% 안팎으로 추정되는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44.2%)~2023년(46.4%)에 40%대 중반으로 올라선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확장재정을 펼치겠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중장기적으로 ‘나랏빚을 GDP의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재정준칙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시점 역시 문재인 정부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헌/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